안문석 한서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2012년 제2차 ‘핵안보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리게 됐다. 안보 측면에서 한국의 국제적 역할과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종료된 제1차 ‘핵안보 정상회의’는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4년 안에 취약한 모든 핵물질을 안전하게 통제한다는 구체적 목표를 설정했고, 중국을 설득해 이란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동의하도록 했다. 문제는 회의 성격과 논의 방향이 모두 ‘공급 측면의 접근’에 치우쳐 있었다는 것이다.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재료와 자금의 공급을 저지하려는 ‘공급 측면의 접근’은 그동안 꾸준히 추진돼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는 예외로 하고 다른 나라들의 핵무기 제조를 포괄적으로 금지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이고, ‘쟁거위원회’와 ‘핵공급그룹’, ‘바세나르협정’ 등도 핵물질을 통제하는 체제로 존재하고 있다. 이런 체제가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데 국제회의의 고민이 있다. 무정부(anarchy) 상태의 국제사회에서 경제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듯이 핵물질 통제도 각 나라가 이해관계를 달리하기 때문에 철저히 실행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노력은 이를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어왔다. 그것이 ‘수요 측면의 접근’이다. 핵 야망을 가진 나라가 그런 욕구를 갖게 된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해결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안보상의 위협이라면 안전보장을, 경제적인 이유라면 경제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 포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우크라이나의 경우도 미국의 경제적 지원으로 핵 포기가 가능했다. 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런 방식의 ‘협력적 위협 감축’(CTR, Cooperative Threat Reduction)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5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핵시설 현장을 관찰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제1차 ‘핵안보 정상회의’에서는 그런 측면이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열리는 2012년 ‘핵안보 정상회의’가 ‘핵 없는 세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을 충분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 첫째, 핵을 가지려는 나라의 의도와 욕구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좀더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둘째, 핵 보유국의 의무사항 준수를 적극 촉구해야 할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 6조는 핵 보유국의 핵 군축 노력을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얼마 전 핵무기 추가감축에 합의했지만 비핵국가의 핵 야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핵 보유국의 핵 군축이 좀더 확산되고, 좀더 속도를 내야 하고, 그 내용이 좀더 깊어져야 한다. 셋째, 정상회의는 어디까지나 국제적인 규범과 제도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무게중심을 북한을 압박하는 데 둔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는 그 전제가 남북 긴장완화와 교류활성화이다. 이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채 북한 문제를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 해결하려 한다면 북한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통일 국면에서 한국의 주도권 상실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정상회의와는 별개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한·미국·중국과의 대화는 더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핵문제를 논의하는 정상회의가 국제적 위상 제고와 함께 진정한 국익을 위한 기회가 되도록 하려면 정부의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안문석 한서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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