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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대한민국 국군, 특단의 개혁 절실하다 / 표명렬

등록 2010-04-22 21:06수정 2010-04-22 21:09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천안함 침몰사고는 군인 47명의 생명을 졸지에 앗아간 끔찍한 대형 참사였다. 다시 한번, 조국의 바다를 지키는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고귀한 생명을 바친 병사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그들이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 갇혀 두 주먹 불끈 쥐고 입술 굳게 다물어 최후를 맞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하였을지 생각하면 가슴 찢어지는 자탄을 금할 수 없다. 사고 발생 즉시 만사 제쳐놓고 병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 집중해도 모자랐을 군이 너무나 소극적인 늑장대처를 함으로써 유가족들은 물론 국민의 비난이 빗발쳤다.

그들은 군부독재 시대부터의 관성 그대로 ‘군사기밀’이라는 차단막을 쳤다. 부대 안에서 의문사가 발생하면 ‘자살’로 처리하여 지휘관들의 책임을 모면해왔듯이 오로지 책임 추궁 당하지 않는 방책을 찾는 데만 매달린 듯했다. 우왕좌왕 갈팡질팡 허둥대어 지켜보는 국민을 불안, 불신, 의혹하게 했다. “대한민국 국군, 이대로는 안 된다. 무슨 특단의 조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실망과 근심이 극에 달해 있다.

최첨단 무기로 잘 무장되고 지적 수준이 뛰어나게 높고 예우를 잘해준다 해도, 위험에 직면해 나라를 위하고 부하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켜주고자 하는 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면 누가 죽음을 무릅쓰고 상관의 명령에 따르려 하겠는가? 국민으로부터 애정을 잃은 군대, 부하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군대는 존재가치가 없다. 적과 싸워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신 님들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필승의 강군을 만들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지워져 있다.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냐, 누구의 책임이냐를 따져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 이후 대처 과정이 어떠했느냐, 왜 그리되었느냐에 대한 근원적인 원인 분석과 근본적인 대책 강구가 어쩌면 더 중요하다.

5년 전 최전방 초소에서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도 지금처럼 온 나라가 군을 크게 걱정했다. 뼈를 깎는 각오로 군대문화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일본군 출신들에 의해 뿌리내려지고 오랜 군부독재의 영향을 받아 간부들의 의식 속에 왜곡·고착된 ‘부하 인격 무시’ ‘부하 생명 경시’의 극단적 권위주의 문화와 출세주의적 군대문화를 일소해야 한다고 이구동성 외쳐댔다. 간부들에게 ‘인간존엄’의 민주적 가치관을 내면화하고 자율을 중시하는 열린 리더십 함양을 위한 의식개혁이 절실하다고들 역설했다.

구체적 대안으로 간부들의 가치관과 의식 형성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치는 간부양성과정(사관학교)에서의 훈육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철한 역사의식의 고결한 품성을 배양하여, 그들이 진급의 노예가 되어 눈치보며 좌면우고하지 않고 양심과 정의에 따라 책임감을 가지고 임무를 완수하는 도덕적 용기를 배양하도록 훈육의 내용과 방법을 전면 개혁하는 것이 시급함을 말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여 간부 평가를 비롯한 진급 관련 인사관리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추진해야 할 간부들 대부분이 자신들의 경험적 사고를 기준으로 ‘나 홀로 애국’의 아집과 독선에 빠져 문제의식 자체가 희박하다.

천안함 사고 발생 뒤 후속조처 과정에서 고위간부들이 보인 행태는 결코 해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급간부들 대부분의 관심과 사고방식, 그리고 어떤 자세로 처세 복무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사실이다. 물론 이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는 제도의 산물이다. 군대문화 개혁을 위한 특단의 조처를 다시 외친다.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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