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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강용석, 이두아 의원님께 / 금태섭

등록 2010-05-03 21:28

금태섭  변호사
금태섭 변호사




존경하는 두 의원님, 잘들 계시지요? 법조계에서 한솥밥을 먹던 두 분의 소식은 열심히 챙겨가며 듣고 있습니다. 편지를 드리게 된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법원의 결정 취지를 왜곡하는 전형적인 선거용 쇼가 벌어지는데 두 분이 동참을 선언하셔서 실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무시한 채 교원노조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자초한 간접강제금 부과에 대해서도 강력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늦게나마 명단을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바지를 분실한 세탁소 주인에게 수백억원의 배상 판결을 내린 미국 판사와 재판부를 비교하는 등 거의 능멸에 가깝게 우리 법원을 깔아뭉갰습니다. 법률가인 두 분은 조 의원의 주장이 궤변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실 것입니다.

법원은 교원노조 명단의 공개 여부에 대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니, 결정을 내릴 때까지 공개를 보류하라고 한 것뿐입니다. 가처분제도는 그런 때를 위해 있는 것입니다. 간접강제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조 의원은 “3000만원의 ‘벌금’이 어떻게 계산됐는지 모르겠다”, “테러 수준의 공포를 느낀다”, “돈으로 압박하는 것은 전교조가 상투적으로 쓰는 수법이다”라고 했습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어설픈 수구좌파 판사의 무모한 도발”이라고까지 했습니다.

법원의 간접강제금은 ‘벌금’이 아닙니다. 가처분결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벌금’을 내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위반하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명단을 공개해서 애초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법원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린다고 해서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적법한 절차에 따라 가처분결정까지 받았음에도 명단이 공개되어 버린 교원노조가 회복하기 힘든 손해를 본 것이지요.

정말 ‘하루 3000만원’이 지나치다고 말하는 분들께는 그럼 하루에 30만원으로 정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묻고 싶습니다. 조 의원은 지지자들로부터 성금을 받아서 충당한다고도 했습니다. 만일 소액의 이행강제금을 정했다면 조 의원은 더욱 쉽게 법원의 결정을 무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법원 앞에 모금함을 설치하고 매일 30만원씩 내가면서 사법부의 결정을 웃음거리로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국회의원이 돈을 내가며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는 상황, 과연 법률가이신 두 분도 그런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요? 그것이야말로 조 의원이 말하는 ‘돈으로 압박하는’ 것 아닐까요.

노조 가입 여부 공개는 심지어 2008년에 이혜훈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안’에서 노조가입 정보를 ‘민감정보’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도록 한 취지와도 어긋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의원의 견해도 경청할 마음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 절차를 무시한 채 돈을 내가면서 법원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무시하겠다는 태도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조 의원에게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생각이 달라도 한번 들어보자고 설득할 용의가 있습니다. 법률가이신 두 분도 마찬가지로 법을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 따져보자는데, 하루에 3000만원을 내는 한이 있어도 법원 결정을 일단 무시하고 보겠다는 것은 토론의 여지를 없애는 일입니다.

두 분의 활약으로 우리 사회가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침묵하지 말아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법률가로서 할 일을 다 못하는 것입니다.

금태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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