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기준금리 2% 상태가 요지부동이다. 최근 경제성장률도 저금리 정책의 착시현상일 수 있다. 저금리 장기화는 국가 모든 부문의 구조조정 의지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일반 소비자까지도 저금리의 달콤함에 길들여지고 있다. 은행 잔고가 부족해도 카드와 할부로 물품구매를 주저 없이 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3개월 무이자는 전형적인 소비패턴이 되어 가고 있다. 내실과 재산축적보다는 쫓기듯 소비하고 빚에 대한 위험도 무감각해져 가는 형국이다. 이제 미세한 금리조정을 할 타이밍이 왔다고 본다. 물가상승률과 청년실업 등을 고려할 때, 높아진 경제성장률에 마냥 즐거워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국가경제 시스템이 저금리에 너무 취해 있으면 성장 숫자와 체감경기가 따로 움직이다가 선구매한 대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날이 반드시 오게끔 되어 있다.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지출은 일시적으로 윤택해지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국은 차압딱지로 끝이 나는 게 세상 이치다. 저금리 상황에서 지방정부는 재정지출의 상당부분을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 은행도 지방정부를 신뢰하기에 돈 빌려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지방정부가 앞다투어, 금융기관에서 직접 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민자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재정수입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엄청난 사업들을 빚으로 시작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비롯해서 지방 소도시 골목길 하수관거 공사까지 돈을 당겨서 쓰는 데 혈안이 되어 가고 있다. 환상적인 민자사업 열기에 취해, 외환위기 때 다짐하던 지자체의 구조조정 각오는 망각한 지 이미 오래다. 지금 상황도 위태위태한데, 금리를 올리면 지방이 도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방정부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먹구구식 지방재정 운용을 구제해주곤 했던 건설 붐과 땅 투기는 이제 옛이야기가 되어 가고 재정적자를 메워줄 중앙정부의 여력도 희미해져 가고 있다. 마치 일반 소비자가 카드 긁듯이, 채권을 계속 발행해 연명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한심한 지방정부가 늘어날 전망이다. 올봄 들어 이상기후로 농업이 위축되니 청과물로부터 시작하여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물가폭등이 예상된다. 중소기업이 살아나야 실업자가 줄어드는데, 저금리 아래서 은행과 대기업만 웃고 중소기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실업자가 늘어나고 퇴직자와 노인들의 돈이 이자소득이 준다는 이유로 은행 정기예금에서 빠져나와 펀드와 주식시장으로 빨려들어갈 때, 그것도 걱정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결국 개미만 다치니까. 노년 빈곤층 증가는 지방정부의 사회적 부담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소득은 늘지 않고 물가 뛰는 일이 계속되면, 아무래도 구매력은 바닥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지방재정은 덩달아 악화할 것이다. 지방공무원을 대폭 줄이고 구조조정을 과감히 하지 않는다면, 그리스 위기가 우리에게도 올 수 있다. 환경미화원 모집에 석·박사가 몰린다고 호들갑 떨지 말고 아웃소싱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덜어내는 경영 마인드가 필요하다. 방만한 재정운용은 금물이다. 일단 지출하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지방시대는 끝이 났다. 지방공무원들의 승진잔치와 자리 만들기를 계속하는 한, 지방정부도 파산할 수 있다. 금리는 타이밍이다. 제때 올리지 않으면 자생력을 가져야 할 지방정부가 맥을 못 추게 된다. 금리인상은 지방을 새롭게 개혁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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