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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프리즘] ‘천안함’의 출구와 6자회담 / 강태호

등록 2010-05-23 18:54

강태호 국제부문 기자
강태호 국제부문 기자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천안함의 해법은 뭔가? 군사적 해법으로 응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보수로 위장한 극우세력들의 무책임한 선동은 될지언정 정책이 될 수 없다. 그건 무모하고 위험하다. 이 정부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원론적으로 본다면 외교를 통한 북한의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을 ‘모략극’으로 주장하는 북한이 응할 리가 없다. 나머지 임기 절반을 ‘천안함’만 붙잡고 있는 게 어리석은 일이라는 건 이 정부도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정부가 보기에 유엔 안보리 회부는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천안함 공식 조사결과 발표 이후 국면은 안보리 제재를 둘러싼 북한과의 외교전쟁이 될 것이다.

물론 안보리 회부는 두 가지 문제가 따른다. 우선 추가제재 내지 핵실험에 따른 안보리 결의 1874호의 강화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약발이 안 먹힌다. 북한은 이미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고 중국의 힘을 빌려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안보리의 추가제재가 북에 타격을 주거나 북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남북관계만 악화시킬 뿐 답이 없는 ‘천안함의 덫’에서 빠져나올 명분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동의할 것인가다. 중국의 동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북한을 고립시킨다는 의미에서 제재 여부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천안함 사태 조사결과 발표 때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하고 확실한 물증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염두에 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중국도 그렇게 생각할까? 어느 나라도 부인할 수 없다는 공식 조사결과가 나왔음에도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류장융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어뢰공격이라는 것을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은 더 의미심장하다. 그는 17일 민주당 대표를 만나는 자리에서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중국의 태도는 일관되고 단호하다. 20일 미국 백악관이 직접 성명을 내 한국의 조사결과를 전폭 지지하는 태도를 보인 반면, 중국은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은 채 거듭 6자회담을 강조했다. 추이톈카이 외교부 부부장은 천안함 사건은 ‘적절히’ 처리돼야 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이 모든 관련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6자회담을 조속히 여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선 천안함 후 6자회담’ 방침을 고수했다. 미국도 이에 동의했다. 그러나 미국도 6자회담보다 천안함이 더 중요하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천안함 문제가 해결되는 건 언제인가? 정부는 그 답을 내놓을 수 없다. 남북이 천안함 진실공방만을 거듭하고, 중국이 제재가 능사가 아니라고 한다면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미국을 포함해 중국이 마냥 기다릴 것으로 보는 건 순진함을 넘어서 무지한 것이다. 이제 6자회담을 열지 못하는 게 북한 때문이 아니라 한국 때문이 된다면 그래도 버틸 수 있을까? 북한이 ‘검열단 파견’이라는 예상 밖의 카드를 던진 건 안보리 회부에 대한 교란전술일 수 있고, 정부의 조사결과에 물타기를 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중국의 태도를 천안함의 출구로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강태호 국제부문 기자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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