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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북한 핵 야망 돕는 세력, 누구인가 / 정상모

등록 2010-05-25 21:15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기술과 정치는 구분해야 한다. 기술 문제에 정치가 결합하면, 그 결과에 대해 항의를 받게 된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의회 의사당에서 지난 10일과 11일 열린 세계한민족포럼에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전 유럽연합 의원 글렌 포드가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강조한 말이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장은 “천안함 사태를 남북관계 대치 문맥에서 해결하려는 게 문제”라며 “외국의 개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다국적 조사의 한계성을 지적했다. 노르웨이 평화연구소의 요한 갈퉁 교수는 ‘한국 선거 관련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북한 어뢰의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의혹과 의문이 끊이질 않는다. 어뢰 잔해, 설계 도면, 천안함 선체의 흔적 따위를 과학적 증거라고 제시했으나, 어느 것 하나도 속시원하게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했다. 상식적으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세계 최고 첨단 수준의 미 해군 함정들이 천안함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어찌 의문이 안 생기겠는가. 북한 잠수정과 모선이 한-미 이지스함 등의 물샐 틈 없는 잠수함 음향 시스템을 뚫고 쥐도 새도 모르게 들어와 천안함을 공격하고 과연 감쪽같이 사라질 수 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음향탐지시스템에 잡히지 않고 작전을 벌일 수 있는 잠수정은 아직 없기 때문이다.

‘천안함 의혹 사태’는 왜 벌어지는가. 문제의 핵심은 6·2 지방선거다. 이미 지방선거를 겨냥한 ‘좌파 때리기 발언’들이 정부·여당 쪽에서 쏟아져 나왔다. ‘황장엽 살해 간첩단 사건’도 하필 이 시점에서 발표됐다. 천안함 침몰 사고가 나고 얼마 되지 않아 ‘북한 소행론’이 제기됐다. 선거 정략용 ‘천안함 북풍몰이’가 시작된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절 정치적 고비나 선거를 돌아보자. 그때마다 전형적인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던가.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 간첩단 사건 발표, 색깔론 등이 어김없이 전개됐다. 간첩단 사건들은 최근 대부분 조작으로 밝혀졌다. 권위주의 독재권력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선동하고 정치적 경쟁자나 경쟁세력을 ‘친북 좌파’로 뒤집어씌우기 위한 것이다. 일반 유권자들의 안정희구 심리를 조장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국면을 조성하자는 정략적 속셈이었다. 이번 선거판이 그 꼴이 돼 버렸다.

북한도 남북 긴장 사태를 반대세력 ‘숙청’의 계기로 삼아 유일 독재체제 권력의 강화를 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남북의 극우·극좌 강경세력은 서로가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적대적 대결을 벌이면서도, 자신들의 권력 유지·강화를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될 ‘은인’과 같은 역설적 관계인 셈이었다. 한반도에 ‘적대적 공생 체제’라는 기묘한 현상이 생겨 뿌리를 내린 것은 민족의 불행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히고 북한의 상응조처를 촉구했다. 국방부는 서해상 한-미 연합 대잠수함 훈련 등 강경한 군사적 대응조처를 발표했다. 북한은 “현 사태를 전쟁국면으로 간주하고 북남관계 전면폐쇄 등 단호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 정권 이후 남북관계가 파탄의 수위를 넘어 위기로 치닫는 형국이다.

북한은 현 사태를 계기로 2012년 실현 목표인 ‘강성대국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로부터의 위기’를 빌미 삼아 핵개발도 가속화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적대적 위협이 북한의 핵보유국 야망의 명분이자 원동력인 셈이다. 북한의 핵 야망을 돕는 세력, 그래서 민족을 망칠 세력, 과연 누구인가. 진실의 판단과 선택이 민족의 흥망을 좌우할 엄중한 시점이다.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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