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궁금하다. 왜 이겼을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민주당에 대한 호감의 증대로 보기는 힘들다. 낮은 정당지지율이 증명해준다. 서울·경기 선거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이 조금만 잘했더라면 얼마든지 압승할 수 있는 구도라는 사실이다. 어쨌든 반여 정서는 민주당에 기회다. 정당체계에서 민주당은 제2당이다. 집권해본, 집권 가능성이 있는 거의 유일한 주요정당(major party)이다. 즉 제2당 효과다. 사실 민주당이 선거에서 누리는 이점도 이것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샷슈나이더가 말했다. “집권 가능성에서 제2당은 군소정당을 압도한다. 그 결과 제2당은 집권당에 진정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을 자신의 깃발 아래 결집시킬 수 있다. 반대의 독점이야말로 제2당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 제2당은 다른 야당에 대한 투표는 사표행위라고 주장할 수 있다. 누구든 집권당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승리를 위해 제2당에 표를 몰아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선거가 민주당에 던지는 또다른 메시지는 세대교체다. 민주당 후보가 선전하거나 승리한 곳을 보면 예외없이 젊은 후보들이다. 10년 집권 이후 민주당은 ‘불임성’이란 약점을 노출해왔다. 현재 민주당의 지도층을 형성한 시니어 그룹에 대해 특히 이런 비판이 많았다. 리더십의 한계나 자기집착, 심지어 무능을 보여준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어떤 인물을 내세울지가 중요했다.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은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물리적으로도 차기를 떠올리기엔 무리였다. 경기에선 단일화에 져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관심 시장에 신상품을 내놓지 못한 셈이다. 당의 선거전략이나 재집권 플랜과 관련해 깊이 반성할 대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인천, 강원, 충남북에서 선전했다. 대부분 40대 후보들로, 기존의 민주당과는 다른 인물유형이다. 화려한 언론조명도 없었다. 안희정·이광재 후보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모로 질타만 받아왔다. 그럼에도 이들이 승리한 가장 큰 이유는 젊은 새세대 후보라는 점이다. 이들은 민주당에서 일정한 흐름을 형성할 것이다. 이 흐름이 민주당에서 대세로 자리잡으려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이미 앙시앵레짐으로 버티는 기득권층에게 위협요인이기 때문이다. 민주당내 시니어들은 다음 대선을 자신들의 무대로 삼으려 한다. 반면 주니어들은 변화와 쇄신을 원한다. 이들이 경쟁하면서 역동적인 민주당을 만들지, 혼란과 혼돈의 민주당으로 끌고 갈지가 관건이다.
야권 전체의 화두는 통합이 될 것이다. 후보단일화를 이뤄냈지만 이대로 갈라져 있어서는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경우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내기조차 힘들었다. 국민참여당은 비록 경기에서 유력후보를 냈으나 그것뿐이다. 따라서 드디어 결단을 내릴 기로에 섰다는 위기의식이 생겨나고, 그에 따라 통합론이 부각될 것이다. 통합론을 부각시키는 요인 중 하나는 경기도지사 선거다. 이 선거에서 여야는 일대일로 맞붙었다. 구도로만 보면 야 후보가 유리해야 정상이다. 그런데도 유시민 후보는 단일화 초반 강세를 보이다 계속 밀렸다. 이유는 민주당 경기조직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증거도 있다. 유 후보는 민주당의 기초단체장 후보가 승리한 곳에서조차 진 지역이 많다.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기호 차이에 따른 손실도 있었다. 별로 다르지도 않은데 따로 가서 손해 볼 이유가 뭐냐 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큰 선물을 줬다. 한 선거의 끝은 다음 선거의 시작이다.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만큼 그 기대 또한 클 것이다. 지금부터가 민주당의 시험기가 될 것이다. 일모도원이라,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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