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소설가 김훈은 미래의 언론인들에게 말과 글을 다루는 자세를 이야기하면서 이 시대의 말과 글의 위기를 언급했다. 사실과 의견을 뒤섞어 ‘구분하지 않는’ 오염행태는 가히 심각한 수준이다. 당파성 때문이란다. 참으로 공감되어 무릎을 쳤다. 사실은 온데간데없고 주장과 희망사항이 난무하는, 그럴듯한 통계와 그림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청계천과 4대강의 진실이 눈앞에 스치고 지나간 탓이다.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대로 청계천 사업은 콘크리트로 복개된 하수구를 빛과 바람이 통하는 소하천으로 되돌렸다는 점에서 잘한 일이다. 그러나 청계천을 4대강 사업의 모델로 제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더구나 청계천의 추악한 진실을 숨기며 청계천 주변의 고층빌딩과 경제적 번영을 정주인구 10만도 안 되는 4대강의 지방도시들에 투사시키는 행위는 생태적 진실을 왜곡하는 것 이상으로 사악한 행위다.
청계천의 진실은 인간의 지속적 개입에 의한 수질과 생태계의 유지이다. 이는 거대한 예산의 낭비를 수반한다. 청계천 사업은 1m당 6600만원이 들어갔으며, 매년 유지용수 확보와 이끼청소 등 하천관리를 위해 약 100억원을 쓴다. 한강 본류에서 하루 12만t의 물을 끌어들여 평균수심 40㎝,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기준 1~2급수의 수질을 유지한다. 행정적 개입 없이는 청계천의 수량과 수질이 유지되기 어렵다.
그럼 생태계는 어떤가? 서울시 발표에서는 ‘청계천의 동식물은 복원 전보다 8배가 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조사대상 구간(청계천 시점~중랑천 합수부) 10㎞의 구간별 서식상태나 어떤 과정을 통해 그 결과가 나왔는지는 표현되지 않았다. 문제는 바로 이거다. 하천지형과 서식환경에 따라 생물 종과 생태적 다양성에 큰 차이가 있다. 청계천 시점인 동아일보사부터 성북천 합류점까지는 물살이 빠르고 웅덩이와 퇴적층 등 생물 서식 공간이 없어 생태계가 매우 단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제보가 있었다. 청계천에 다른 강에서 잡아온 물고기가 방사됐다는 것이다. 강에서 민물고기를 채집해 공급하는 사람에게서 청계천에 다른 지역에서 가져온 물고기를 방사했다는 증언을 들었다. 토종 민물고기 방사 행사를 한 적도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 한 차례도 물고기를 방사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한강 수계가 아닌 섬진강 수계에서나 서식하는 갈겨니, 참종개와 미꾸리, 조개 없이는 알을 낳을 수 없는 줄납자루나 가시납지리 같은 어종이 청계천에서 발견됐다. 수족관의 물고기처럼 먹이(플랑크톤과 수서곤충)와 서식환경이 열악해 물고기들이 빈영양 상태이며, 면역력이 약해 병들어 있는 것이 발견되는데도 원래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4대강 사업 조감도를 보면 청계천은 4대강의 미래다. 200년 빈도의 홍수를 대비한 높은 둑과 수심 6m 이상의 깊은 수로, 사람은 수영은 물론 물 위에 떠있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생물들은 상·하류를 오가며 때론 모래톱과 수초에, 때론 조개에다 알을 낳고 무리를 이뤄 생물다양성을 실현할 수 없는 곳, 바다와 대륙을 넘나드는 물고기와 새들이 머물 수 없는 곳. 사람의 지속적인 개입과 재정투입이 없고서는 수량은 물론 수질도, 생태적 다양성도 유지할 수 없는 거대한 수족관이 바로 4대강 사업이 완료된 후 4대강의 모습인 것이다. 이게 옳은가? 아름다운가?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야 하는가?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