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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사학분쟁 해결의 시금석, 상지대 사태 / 박원순

등록 2010-06-08 20:19수정 2010-06-18 22:05

박원순 변호사
박원순 변호사
상지대는 한국 사학 개혁의 모델과 같은 곳이다. 한국 사학은 교육에서 차지하는 커다란 비중만큼이나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재단의 부패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세계투명성기구의 ‘부패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은 경제력에 비해 부패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이다. 한국의 부패 문제에서 양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토건 부패이지만, 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 부패이다. 그리고 교육 부패는 크게 교육행정 부패와 사학재단 부패로 나뉘는데, 예전의 상지대는 사학재단 부패의 대명사와 같은 곳이었다.

상지대 구재단의 문제는 너무나도 악명이 높다. 상지대 구재단의 이사회는 1978년부터 1993년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아서 교육부는 이사장의 자격을 원인무효로 판정했다. 대법원은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 이사장의 유죄를 인정하고 무려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렇듯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문민정부는 상지대 구재단을 사정대상 1호로 지목해서 상지대의 개혁을 추진했다. 상지대의 구성원은 학생, 교수, 직원의 차이를 넘어서 모두 힘을 모아 상지대의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교수와 직원은 자발적으로 월급의 일부를 떼어내서 발전기금을 모았고, 학계와 시민사회의 많은 인사들이 상지대의 발전을 적극 지원했다.

그 결과 상지대는 2004년에 정이사가 구성되어 비리의 대명사에서 개혁의 대명사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상지대의 성과는 삽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2007년 5월17일에 대법원은 임시이사는 정이사를 선임할 수 없다고 판결해서 상지대의 정이사를 무효화했다. 구재단과 협의해서 정이사를 선임하도록 한 이 판결에 대해 많은 법학자들이 공교육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부정한 잘못된 판결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 판결의 결과로 구성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는 2010년 4월29일에 구재단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지대 정이사 구성안을 결정했다. 이로써 상지대는 또다시 격심한 진통을 겪게 되었으며, 한국 사회의 후진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되고 말았다.

상지대의 구성원은 이미 2009년 9월부터 밤샘농성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4월29일의 잘못된 결정 이후에는 서울의 정부청사 후문과 원주의 상지대 교정에서 삭발농성과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학 개혁의 모델로 발전한 상지대가 또다시 부패범죄세력의 광풍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상지대 구성원의 피해를 막고 상지대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교과부는 하루빨리 사분위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재심을 요청해야 한다. 교과부는 사분위의 문제와 사학부패세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주체이다. 교과부는 부패범죄세력에게 상지대를 넘겨주도록 한 잘못된 결정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분위의 잘못된 결정은 상지대를 파행으로 몰고갈 뿐만 아니라 원주 지역사회의 발전을 크게 저해하고 한국 사회의 부패 문제를 크게 악화시키고 말 것이다. 둘째, 사분위의 잘못된 결정으로 상지대의 구성원이 입은 피해는 이미 너무나 크다. 사분위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아니라 그야말로 사학분쟁‘조장’위원회가 된 것 같다. 위원의 구성에 따라 얼마든지 편파적인 판정을 내릴 수 있는 사분위와 같은 기구가 학교의 운명을 좌우하도록 한 것은 잘못이다. 속히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서 사분위를 폐지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교육부패의 척결이 선진화의 초석이라고 말했다.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은 그 정반대다. 상지대가 그 대표적인 예다. 부패한 구재단을 척결하자 상지대는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서 원주를 넘어서 강원도를 대표하는 훌륭한 사학이 되었다. 상지대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사분위의 잘못된 결정을 하루빨리 시정하고 이미 큰 문제를 드러낸 사분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박원순 변호사

■ 6월 19일 바로잡습니다

기고 ‘사학분쟁 해결의 시금석, 상지대 사태’에서 필자는 “대법원은 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 (김문기 전) 이사장의 유죄를 인정하고…”라고 썼으나, 확인 결과 김 전 이사장은 횡령 혐의에 대해 고법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았습니다. 필자의 착오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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