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울프 미국 사회비평가
올해 칸 영화제에선 크루아제트 거리를 따라 호화스런 호텔과 스크린에 처음 데뷔하는 영화들이 극적으로 대조됐다. 영화관 바깥은 자기과시적인 브랜드들로 넘쳐났다. 높은 하이힐과 과감한 노출의 젊은 여성들, 호화 요트나 고급 파티, 매일 밤 레드카펫에서 카메라 세례를 받는 스타들의 행진이 이어졌다.
그러나 상영관 안을 보면, 올해 출품작은 보통사람들 또는 가난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글로벌 현안의 여파와 싸우거나 공식 역사기록들이 외면해온 고통스런 정치적 갈등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과거 칸 영화제 출품작들이 100가지의 다른 이야기를 했다면, 올해 영화들은 갈수록 평평해지고 정보통신으로 연결된 세계에서 100가지로 굴절된 하나의 이야기만 있었다.
타이의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의 <전생을 기억하는 분미 아저씨>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스페인·독일·프랑스·영국·타이 등 5개국 합작영화로, 이처럼 국경을 넘는 공동작업은 글로벌 시민사회 프로젝트의 또다른 형태를 보여준다. 타이의 ‘레드셔츠’ 시위로 제작이 지연된 영화는 부분적으로 과거의 폭력을 다룬다. 작품은 한 마을의 역사를 언급한다. 이 마을의 10대들은 “한때 군인들이 마을을 점령해 주민들을 죽이고 고문하고 정글로 내몰았다”고 생생히 증언한다.
한국의 이창동 감독의 <시> 역시 과거 갈등의 고통을 공감하고 화해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고문의 기억과 대면해야 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라시드 부샤레브 감독의 <법외자>는 1945년 5월 프랑스군의 세티프 대학살을 이야기한다. 이 영화는 35년을 거슬러 알제리의 삼형제를 둘러싼 사건들을 추적하며, 프랑스에선 언급이 금기시된 세티프 학살사건을 조명한다. <법외자>는 프랑스계 알제리인의 작품이며, 이미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프랑스의 한 정기간행물이 “프랑스령 알제리에 대한 향수를 지닌 인물”이라고 표현한 리오넬 뤼카 의원은 이 영화를 맹비난했다. 프랑스 참전 장병들은 국가를 부르며 소란스런 항의시위를 벌였다. 칸 시장은 부랴부랴 프랑스-알제리 전쟁의 모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행사를 열었다.
다른 영화들도 통상 영화로 그려지지 않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산티아고 로사(아르헨티나) 감독의 <로스 라비오스>는 시골 지역으로 간 세 간호사의 행적을 따라간다. 시골 주민들의 영양결핍, 알코올중독, 빈곤성 질병, 실업과 형편없는 의료 등에 대한 간호사들의 설명을 겸허하게 담아낸다.
이 모든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판에 박힌 국가주의적 묘사를 결정적으로 바꿔낸 많은 영화들은 이제 사람들이 더는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술책을 부리는 역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대다수 영화들에서, 감독들은 말보다 행동에 익숙하거나 풀뿌리 민중 차원의 사건들에 근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연구했다.
멋진 발전이다. 처음엔 그런 영화들의 역사 서술이 어수선할지라도 말이다. 예컨대 부샤레브의 영화 <법외자>에는 알제리 학살에 대한 통일된 이야기가 없지만, 프랑스의 젊은 10대들은 영화에서 많은 관점을 말하고 이끌어낼 수 있다. 이것은 특히 열린 사회에서 분명 좋은 것이다.
대중적 인기만을 얻으려 하면 나쁜 예술작품이 나온다. 그러나 세상을 평평하게 하는 일은 영웅 또는 탐구자로 보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들어왔다. 이런 주제들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위대한 영화감독들은 더욱 크고 더욱 전형적인 사례가 되는 이야기의 세계를 획득해왔다. 나오미 울프 미국 사회비평가
대중적 인기만을 얻으려 하면 나쁜 예술작품이 나온다. 그러나 세상을 평평하게 하는 일은 영웅 또는 탐구자로 보일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평등하게 만들어왔다. 이런 주제들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위대한 영화감독들은 더욱 크고 더욱 전형적인 사례가 되는 이야기의 세계를 획득해왔다. 나오미 울프 미국 사회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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