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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흔들리는 한반도 평화유지의 요인들 / 가브리엘 욘손

등록 2010-06-13 20:16

가브리엘 욘손 스톡홀름대학교 부교수
가브리엘 욘손 스톡홀름대학교 부교수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60주년 되는 해이다. 왜 전쟁이 재발하지 않았나? 필자는 금년에 발간한 <한반도에서의 평화유지: 위원회들의 역할을 중심으로, 통일 연구원>이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 요인으로 해석했다.

첫째, 당사자인 한국, 미국, 북한과 중국이 현상유지를 원했다. 한국전쟁의 비참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불안한 평화라도 유지하려 했다. 전쟁 재발 위기를 초래했던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 1976년 도끼 만행사건과 1993~94년 북핵위기 당시에 긴장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당사자들은 위기를 줄이려고 최선을 다했다. 전쟁이 재발하면 피해가 엄청나다는 것과 미리 승패를 판가름할 수 없는 것도 현상유지를 원하는 요인이다.

둘째, 한국과 북한이 막대한 군비증강을 통해 공포의 균형을 유지했다. 1953년 정전협정 제13항 ㄹ목에 따르면 군비증강을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상당한 상호불신 때문에 이는 지켜지지 못했고, 역설적이게도 군비증강은 공포의 균형을 통한 평화유지에 기여했다.

셋째, 군사정전위원회(군정위)와 중립국감독위원회(중감위)가 평화유지에 적극 기여했다. 군정위의 전반적 임무는 “본 정전협정의 실시를 감독하며 본 정전협정의 어떠한 위반사건이든지 협의하여 처리하는 것”이다. 중감위는 “본 정전협정의 제13항 ㄷ목, 제13항 ㄹ목 및 28항에 규정한 감독, 감시, 시찰 및 조사의 직책을 집행하며 이러한 감독, 감시, 시찰 및 조사의 결과를 군정위에 보고하는 것”이다.

회원국은 남쪽에 스웨덴과 스위스이고 북쪽은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이다. 군정위가 대화의 통로로서 대단히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푸에블로호 사건과 도끼 만행사건 당시에는 그랬다. 그러나 1991년에 한국군 소장이 최초로 군정위 수석위원으로 임명된 결과 사실상 마비 상태가 돼 버렸다. 한국이 정전협정을 조인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그때부터 북한은 본회의를 거부했다. 군정위는 비서회의, 장군급회담 (1998~2002)과 비공식 접촉을 통하여 계속 평화유지에 기여했다.

중감위는 애초부터 북한 지역에서 군사장비 및 인원 증강을 감시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956년에 남쪽의 결정으로 감시단이 철수된 이후 1957년에 남쪽은 제13항 ㄹ목도 무효화시켰다. 그 결과 중감위 활동은 판문점에서 양쪽 보고서를 평가하는 데 그쳤다.

그래도 중감위는 제3자로서 평화유지에 외교적 역할을 해왔다. 특히 중감위는 냉전 시기에 양쪽과 비공식 접촉을 유지해왔다. 1991년부터 군정위가 마비되며, 북한이 중감위와의 접촉도 줄였다. 더 결정적인 것은 북한이 냉전 종식의 결과로 더 이상 체코슬로바키아와 폴란드를 중립국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이다. 체코슬로바키아 분단을 핑계로 1993년에 체코공화국 대표단을 추방했고 1995년에 폴란드도 추방했다. 그러나 중감위는 정전협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계속 활동하고 있다.

넷째, 정전협정은 전쟁 재발을 방지하는 유일한 합법적 문서이다. 또 비무장지대가 긴장완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것처럼 냉전의 영향으로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 정전협정 위반 사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심판이 없는 것, 서해에 경계선을 설정하지 않은 것과 군사적 문제만 관여했다는 것이 약점이었다.


다섯째,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다. 그 결과로 남북 관계가 1998~2008년 어느 때보다 더 활발했고 개선됐다. 하지만 과대평가하면 안 된다. 예를 들면 1999년과 2002년에 서해에서 해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8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뒤 대북 강경정책을 택하자 남북관계는 악화됐다. 양국이 계속 현상유지를 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전쟁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잃게 될 것이다.

가브리엘 욘손 스톡홀름대학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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