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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6·2 선거혁명, 이제는 ‘지역’이다 / 이태수

등록 2010-06-14 20:13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참으로 절묘하다. 그리고 몸서리쳐지도록 무섭다. 6·2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표심은 가히 혁명적이다. 우리는 이를 6·2 선거혁명이라 해도 그리 과하지 않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반사이익이라는 데에 토를 달지 말아야 한다. “반사이익이 없지는 않지만, 단일화를 비롯하여 우리의 노력도 있었다…” 등등의 꼬리를 달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확정 이후 2년6개월 민주당이 보여준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실망에 실망을 거듭 안겨준 2년6개월임을 조금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6·2 선거혁명을 통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진보진영은 이제 새로운 기회를 국민에게 부여받았을 뿐이다. 국민과 불통하고 복지 대신 4대강을 밀어붙이며, 국토의 균형발전보다는 수도권 집중에 집착하고 1987년 이전으로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뒷걸음치게 한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컸다. 국민은 아직 신뢰할 수는 없지만 다른 대안이 없어 민주당과 진보세력에 ‘내키지 않는’ 기회를 한번 준 것뿐이다. 그러므로 디제이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끝내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던 과오를 다시 범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당연히 성공한 지방정부의 모델 구축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엠비 정부 심판의 쓰나미로 당선된 수많은 자치단체장과 의회의원들은 과연 준비된 이들인가?

문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데에 있다. 그동안 진보진영의 관심사는 중앙정부와 거시적 제도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중앙권력과 제도개혁을 통해 일거에 대한민국을 개조한다는 중앙집권적 발상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는 사이 지방권력은 보수세력과 토건세력, 부패세력들에게 점유당하면서 주민들의 실생활은 밑에서부터 붕괴되는 현실이 자행되었으나 진보진영 역시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세력으로서의 실력을 쌓아오지 못하였다.

다행히 금번 6·2 선거혁명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성공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쇳말을 찾았다. 복지, 교육, 보건, 문화, 환경, 자치…등등이 그 열쇳말이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며 그 과정에서 드러날 수많은 시행착오를 교정하는 과정은 험난하고 실패할 가능성 또한 많다.

지방공동정부 구성이 거론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현단계의 엄중함을 안다면 훨씬 더 강력하고 치밀한 체계와 운영이 요망된다. 먼저 민주당은 가칭 ‘지방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당 내부 인사를 뛰어넘어 진보진영의 교육·복지·환경·보건 등등의 전문가와 시민사회 인사들, 다른 진보정당 인사까지 망라하는 컨트롤타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광역단체 차원에서도 역시 같은 구조의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요구된다. 그리하여 각 자치단체에서 활동할 단체장과 의원들에게 그들이 내세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공공보건 확충, 공공주택의 확대, 공교육의 확립, 사회적 일자리의 대규모 창출, 지방재정의 복지재정화…등등의 공약을 실현할 일반적인 모형을 제시하고 컨설팅을 하며, 심지어는 그들의 활약상과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지방정부가 진정 지역주민의 복지와 교육, 보건, 문화, 환경에 핵심을 두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방정부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토건재정을 과감하게 복지재정으로 전환하며 지역주민들과 지역시민사회를 파트너로서 참여시키는 이 거대한 실험에 모든 진보진영은 최대한의 연대와 공조를 행해야 한다.

영국의 페이비언 소사이어티가 영국의 복지국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방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성공을 거둔 그들의 전략에 새삼스레 눈길이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 사회 진보진영의 주된 활동공간과 정책생산의 장은 ‘지역’이 되어야 한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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