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유엔 안보리에 보낸 참여연대의 천안함 관련 서한이 격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적행위’니 ‘반국가적 행위’니 ‘매국노’니 하고 있다. 검찰은 국가보안법 적용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면 도대체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참여연대는 유엔의 ‘협력 비정부기구’(associated NGO)이다. 유엔 공식기구 중 엔지오 관련 핵심 기구는 경제사회이사회이다. 유엔헌장 제71조에 따르면 “경제사회이사회는 그 권한 사안과 관련이 있는 비정부기구와 협의하기 위해 적절한 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협의 약정’(Consultative Arrangement)은 1996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결의안 제1996/31호에서 비롯된다. 이 결의안을 통해 이전까지 주로 국제 엔지오에 한정되던 협의 지위는 지역 및 국내 엔지오까지 확장되고, 또 3개의 범주로 재정의됐다.
첫째, ‘일반협의지위’(General Consultative Status)로서 경제사회이사회의 권한 범위 대부분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거나 활동중인 엔지오에 부여된다. 둘째는 ‘특별(Special)협의지위’ 엔지오로서 이사회 권한 범위 중 특정 영역에서 활동하거나 전문성이 있는 엔지오에 부여된다. 셋째, 경제사회이사회나 유엔 사무총장은 이사회, 그 하부기관 또는 여타 유엔 기구 활동에 일시적이지만 유용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엔지오를 지정할 수 있다. 이를 ‘명부상(Roster) 협의지위’ 엔지오라고 한다. 2009년 9월 현재 경제사회이사회에는 141개의 일반협의지위 엔지오, 2167개의 특별협의지위 엔지오, 979개의 명부상 협의지위 엔지오가 유엔 ‘협력 엔지오’로 활동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경제사회이사회의 특별협의지위를 가진 전세계 2167개 엔지오 중 하나다. 결의안 1996/31호 ‘협의약정’에 따라 유엔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고,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위원회나 하부기관에서 발언권을 가진다. 우리 역시 유엔 가입국이기에 유엔헌장은 우리 헌법에 따라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다. 참여연대의 대유엔 활동은 유엔헌장과 같은 국제법에 근거한다. 국내법적으로도 보호받아 마땅하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방해하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행위를 할 경우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행위로 비난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참여연대가 안보리에 보낸 보고서가 안보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보고서가 안보리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며, 안보리는 엔지오의 접근이 여전히 제한된 정부간 협의체이다. 나아가 참여연대의 협의 지위는 경제사회이사회와 그 하부기관 등에 우선 관계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참여연대가 유엔 기구인 안보리에 서한을 보냈다고 유엔에서 문제삼을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참여연대의 의견서를 무슨 ‘이적’이니 ‘반국가’니 하는 것은 현대 외교의 경향에 대한 의도적 무지에서 나온 몰상식의 발로다. 현대 국제관계에서 비정부기구의 권한과 역할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경향이다. 참여연대는 ‘친’정부도, ‘반’정부도 아닌 그야말로 ‘비’정부기구이다. 유엔헌장 제71조와 결의안 1996/31호 등 국제법에 의거해 참여연대는 자신의 전문성에 따라 활동하고 발언할 마땅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정부기구의 입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야 할 어떤 의무도 없다.
시민사회가 정부의 의견이나 해석을 맹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천안함에 대한 의견 역시 하나만 존재해야 할 이유는 없다. 참여연대가 지적한 의문과 문제점은 정부가 ‘과학적으로’ 해명하면 될 문제이지, 의견이 다르다고 ‘이적’이니 ‘반국가’니 하는 매카시적 선동으로 억압할 문제가 아니다. 참여연대가 유엔에 ‘다른’ 의견을 보고한 것은 특별협의지위를 가진 유엔 협력 엔지오의 권리이자, 또 ‘비’정부기구의 의무이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