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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싸대기 / 우재욱

등록 2010-06-24 17:48

다른 단어나 어근에 붙어 새로운 단어를 구성하는 말을 ‘접사’라고 한다. 다른 단어나 어근의 앞에 붙는 것을 접두사, 뒤에 붙는 것을 접미사라고 한다. ‘풋과일, 맨발’에서 ‘풋-, 맨-’이 접두사이고, ‘부모님, 울보’에서 ‘-님, -보’가 접미사다. 접사는 형식형태소, 의존형태소로서 홀로 서지 못한다. 그러나 접미사가 홀로 쓰이면서 하나의 온전한 단어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있다.

“그때 백이 벌떡 일어나 방의 ‘싸대기’를 올려붙였다.” 중앙 일간지 기사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싸대기’는 ‘귀싸대기, 면싸대기’ 등으로 쓰이는 접미사다. 하지만 앞말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쓰였다. 사전들은 ‘싸대기’를 아직 명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접미사가 명사처럼 쓰이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어엿한 명사로 사전에 오른 것으로 ‘끼, 꾼’이 있다. ‘끼’는 한자어 접미사 ‘-기’(氣)에서 왔다. ‘화장기, 기름기, 소금기’ 등으로 쓰이던 접미사가 ‘끼’로 형태를 바꾸어 “연예에 대한 재능이나 소질을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바람기”의 뜻으로 사전에 올라 있다.

‘꾼’은 ‘일꾼, 장사꾼, 사기꾼’ 등으로 쓰이던 접미사가 “어떤 일, 특히 즐기는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역시 사전에 올라 있다. 사전적 풀이로는 ‘속되게 이르는 말’ 또는 ‘낮잡아 이르는 말’이지만 실제 쓰임에서는 그렇지도 않다. ‘싸대기’도 사전에 오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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