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기고] 최저임금 협상, 국민임투가 필요하다 / 정의헌

등록 2010-06-24 21:18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1988년부터 적용된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과 임금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소득격차와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지금이야말로 법 취지를 적극적으로 살려서 운용해야 할 제도이다. 노동계는 내년도 임금이 월 100만원은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올해 4110원(주 40시간 노동=월 85만8990원)보다 26% 인상한 시급 5180원을 요구했다. 같은 기준으로 월급 108만2620원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아래서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활동이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해 사용자위원들은 금융위기를 빌미로 20년이 넘는 최임위 협상에서 한 번도 없었던 5.8% 삭감안을 내밀었다. 외환위기 경제위기 때도 삭감안을 내지 않았다. 여성연맹의 최저임금 조합원들이 파업을 하고 민주노총 근로자위원들이 협상장에서 농성을 하는 가운데 겨우 삭감안을 철회시킬 수 있었다. 올해 최저임금 시급 4110원은 지난해 시급 4000원에서 겨우 2.75% 인상한 것이다. 물가인상을 따지면 실질임금 삭감이다.

올해도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안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출해 놓고 버티기로 일관했다. 올해 경제성장 추정치(5% 이상)와 물가인상은 아랑곳없이 한 푼도 못 올려주겠다고 배짱부터 내밀었던 것이다. 생산성을 고려하면 36.2%(1486원) 삭감해야 마땅하나 봐준 것이라며, 노동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최소생계 지원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올해 1인 최저생계가 50만4344원임을 들어 동결해도 얼마든지 생계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최임위 초유의 일은 사용자위원들의 터무니없는 최저임금 삭감 동결 주장만이 아니다. 근로자위원들의 회의실 항의농성에 대해 위원장이 근로자위원들에게 퇴거요청 공문을 보내고 사무국은 농성중인 근로자위원들의 현관출입을 봉쇄했다. 심지어 여성 근로자위원을 완력으로 강제퇴거 시도하는 인권유린 행위도 저질렀다.

사용자위원들이 말도 안 되는 동결안을 내놓고 버티는 걸 보면 아무래도 믿는 구석이 따로 있는 것 같다. 노사가 서로 다툴 수밖에 없는 최임위 협상은 공익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공익위원들이야말로 최임위 활동의 근본취지를 살리는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위치이다. 공익위원들은 지금까지 사용자 안과 근로자 안을 싸잡아 협상전술용이라며 양비론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노동계 요구안은 매년 일관된 기준을 갖고 있다. 전체 노동자들의 평균 통상임금의 50%가 그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최저임금 수준을 고려한 이 기준은 최저임금제가 나아가야 할 전망목표치이다. 우리나라는 꼴찌권에서 맴돌고 있다. 또 세계적 금융공황을 겪으면서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거의 모든 나라가 내수경제 확대와 사회양극화 완화를 위한 정책으로 최저임금제를 강화하고 최저임금 수준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 학자인 공익위원들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용자위원들이 겨우 시급 10원(2%) 인상을 수정안으로 내놓고 계속 버티고 있다. 협상 마감일인 6월 말을 며칠 앞두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저임금 집회에서 여성연맹의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 조합원의 절규가 떠오른다.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너무나 어려워서 밥을 먹을 수 없어서 밥 좀 먹게 생활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데 우리가 이방인이며 노예인가요?”

최임위 협상이 갈수록 명박산성에 갇히고 있는 느낌이다. 인권위원회가 국민기본권의 보루라면 최임위는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존권 보루이다. 명박산성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은 국민에게 있다. 최임이 국민임투가 되어야 할 이유이다.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열기로 월드컵 16강을 진입했듯이 근로자위원들의 협상력 한계를 극복하고 200만~300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사회적 정치적 협상력을 높여낼 수 있는 국민임투 실천이 더욱 절실하다.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