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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전작권 환수 연기, 정부의 궁색한 변명 / 오혜란

등록 2010-07-02 20:23

오혜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평화군축팀장
오혜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평화군축팀장
청와대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라는 국가 대사를 처리하면서 내놓은 설명이 몹시 궁색하다. 안보환경이 변화되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2차 북한 핵실험 등 현재의 안보환경은 북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로 되어가던 전작권 환수 결정 당시의 연장선상에 있다. 천안함 침몰 역시 한-미 연합 대잠훈련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정전협정 체결 5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남북 대결의 연장선상에 있다. 2012년 한국, 미국, 러시아 대선은 예정된 일정이었다는 점에서 이를 전작권 환수 연기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억지이고 비약이다.

우리 군의 준비가 부족해 전작권 환수를 연기했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청와대의 주장과는 달리 우리 군은 북한 위협을 방어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정보, 지휘통제통신전산정보체계(C4I), 정밀타격능력을 갖춘 지 오래됐다. 국방부도 이미 2006년에 “전략 전술 신호정보와 전술 영상 정보를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전술레이더와 기타 특수 분야 정보도 거의 100% 독자적으로 확보”(<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의 이해> 2006. 8. 17)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C4I도 우리 군의 전략 C4I인 케이직스(KJCCS) 구축은 2007년에 끝났다. 육해공 전술 C4I와의 연동도 2010년에 완료할 계획이다.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은 북에 대한 선제공격과 체제 붕괴를 노리는 미국의 전략과 작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고도의 정보, C4I, 정밀타격능력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작권 환수의 근본 취지는 군사 종속에서 벗어나 한국군 독자의 전략과 작전을 세워, 우리 운명을 우리가 책임지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자는 데 있다. 고도의 정보·정찰·감시 및 정밀타격능력을 갖춰야만 전작권을 환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전작권 환수의 근본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한-미 연합작전을 하는 데 있어서도 평택기지 이전이 완료된 뒤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라는 설명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주장은 한-미 연합작전용 C4I인 에이케이직스(AKJCCS) 구축과 한국군 C4I 및 평택기지에 구축될 주한미군 C4I와의 연동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한국군 전략 C4I체계인 케이직스로도 얼마든지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연합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애초 2009년에 환수하려다 군부의 요구를 수용하며 2012년에 환수하기로 한 것도 너무 늦은 일이다. 또 알맹이는 쏙 빠지고 껍데기만 환수하기로 한 것이 전작권 환수의 실상이었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전략과 작전은 한반도 조건과 우리 국익을 반영하여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전작권 환수 후에도 여전히 미군과 합의하에 작성된다. 동맹군사협조본부(AMCC)를 신설·상설화하여 전략 지시와 작전 지침을 전구급 기능별 협조기구로 하달하기로 하는 등 한국군의 독자적인 군령체계를 세우지 못한다. 현대전의 핵심이라 할 공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물론 지상 작전 중에서도 핵심인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제거작전과 해병대 강습상륙작전도 미군이 지휘하기로 했다.


눈만 뜨면 대북 선제공격을 입에 올리고 북이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게 이명박 정권이다. 주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작전계획 5029를 합의하고 북한 급변사태시 미군이 대북 작전을 주도하기로 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가 전작권 환수를 연기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칼자루를 미국에 다시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

전작권을 적기에, 온전히 환수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군사주권 회복과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책임질 의지도 능력도 없음이 명확히 증명된 이상, 전작권 환수도 사회의 다른 개혁 문제와 마찬가지로 국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오혜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평화군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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