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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우리가 꿈꾸는 ‘100만원의 기적’ / 신영전

등록 2010-07-04 21:04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
지난 1일은 건강보험이 단일보험자로 통합을 이룬 날이다. 일반 국민은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하겠지만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수백개의 조합으로 쪼개져 있었다.

그래서 강남구처럼 부자 조합은 돈이 남고, 철원군처럼 가난한 조합은 늘 적자에 시달렸다. 조합은 낙하산 인사와 각종 부패의 온상이기도 했다.

이러한 ‘조합 방식’은 사회적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보험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이에 모든 조합을 하나로 합치자는 운동이 전개됐다. 한편으로 이 통합운동은 암울한 시대 민주화운동의 또다른 모습이었다.

1988년 농민들의 보험료 거부운동에서 시작한 의료보험 통합운동은 많은 시민·노동단체의 연대활동으로 이어졌으며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초기 통합을 주장했던 공무원은 ‘수뢰 혐의’를 빌미로 ‘기관’으로 끌려가 발가벗김을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또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국회에서 통과한 통합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일부 반대세력은 통합하면 직장인의 보험료가 2.8배나 오른다는 거짓말을 유포했다. 거짓 서명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마침내 2000년 7월1일 통합을 이뤄냈다. 지난 1일은 이렇게 세계 건강보장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 있은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건강보험통합 운동은 미완의 역사이기도 하다. 조직과 재정의 통합은 이루었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보장성이 겨우 50%대에 머무는 ‘반쪽짜리 건강보험’이다. 국민의 상당수가 비싼 민간보험료를 내느라 허리가 휘어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뇌출혈로 쓰러진 어머니한테 매달 들어가는 200만원을 감당하지 못해 10대 아들이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이 보도되기도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의료민영화를 강행해 건강보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그러면 건강보험 통합 10돌을 맞이하여 우리 사회가 힘을 모아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100만원의 개혁’이다. ‘100만원의 개혁’이란 실제 진료비가 아무리 비싸게 나와도 1년에 100만원 이상은 내지 않아도 되는 정책이다.

1970년대 스웨덴은 ‘7크로나 개혁’을 시행했다. 7크로나(약 3만원)만 있으면 국민 모두가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개혁이었다.

현재 스웨덴은 국민총생산 대비 9% 정도의 의료비를 사용하면서 국민은 아무리 중한 질환이라도 한 해에 최대 50만원 정도의 진료비만 내고 있다. 스웨덴 말고도 많은 나라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으니 우리나라라고 못할 까닭이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의 책임을 늘리고 주치의 등록제, 총액계약제 등 지출구조를 합리화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개혁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2012년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100만원의 개혁’을 공약하는 이를 선출해야 한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운동이 그 좋은 예이다.

‘100만원의 개혁’은 ‘무상급식’, ‘무상보육과 교육’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를 위해 모든 시민, 노동계가 힘을 모을 일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건강보장성 강화 운동도 이러한 목표 아래 힘을 합하면 어떨까?

요즘 남아공에서 월드컵이 한창이다. 얼마 전 남아공을 배경으로 만델라의 일생을 다룬 영화 <우리가 꿈꾸는 기적>이 국내에서 개봉됐다.

세계 건강보장사에 유례가 없는 통합을 이뤄낸 10돌에 아무리 아파도 한 해 100만원이면 해결되는 나라, 그런 ‘100만원의 기적’을 꿈꿔보면 어떨까?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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