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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한국도 미국 군사비 감축에 대비하라 / 셀리그 해리슨

등록 2010-08-04 19:20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지난 2000년 전세계의 국방비 총액이 1조5300억달러였는데, 이 중 미국 국방예산이 43%를 차지했다는 통계가 새롭게 드러났다. 중국이 2위(7%), 프랑스(4.2%), 영국(3.8%), 러시아(3.5%)가 3~5위였다.

성과 없는 제국적 모험을 위해 미국은 얼마나 오랫동안 경제적인 붕괴 없이 (국방비) 낭비를 계속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처음으로 미 정가의 중요인물들에 의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물론 미 의회가 당장 국방예산을 크게 삭감할 것 같지는 않다. 지역구의 많은 일자리가 국방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는 동아시아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미국의 군사적 역할의 중대한 변화 전조다.

케이 베일리 허치슨 공화당 상원의원(텍사스)은 지난 7월16일 “한국의 미군기지는 냉전기간 동안 미국과 동맹국(한국)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세계는 변했고, 군사적 우선순위도 변했다. 북한의 남한 선박(천안함) 공격에서 알 수 있듯 남한의 미군 주둔이 북한의 공격을 포기하게끔 만들진 않았다”고 말했다. 허치슨은 군무원을 포함해 3만명 수준의 주한미군을 가족들을 포함해 약 8만4000명으로 늘리려는 국방부의 계획을 공격하며 “그 계획은 상당한 세금을 필요로 한다”고 비판했다.

바니 프랭크 하원 금융위원장(민주·매사추세츠)과 론 폴 하원의원(공화·텍사스), 군사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속가능한 국방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10년간 1조달러의 국방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핵무기 삭감 1130억달러, 유럽과 아시아에서 5만명의 군대를 줄여 400억달러, 육군과 해군에서 1만7000명의 군인을 줄일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아시아 전체 미군 수는 평시에 6만5000명으로 제한된다. 프랭크 위원장은 또 “오키나와에 1만5000명의 미군을 둘 필요가 없다. 어느 누구도 수백만의 중국 군대와 맞서기 위해 1만5000명의 해군을 상륙시켜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주한미군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아직까진 표면화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시기를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한 것을 정당화하면서, 한-미 동맹을 태평양 안보의 핵심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미국의 한국 끌어안기는 더 한국에 축하할 일은 아니다. 한국은 미군에 공간을 내줌에 따라 안보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서해의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도 위협적이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선 미국과 중국의 다양한 분쟁에서 중립적 위치에 서는 게 낫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을 미국의 지정학적 위험에 그대로 노출시켜 안보를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미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한-중 관계에도 상당한 타격을 준다.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에서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을 비난할 순 없다. 그러나 미국에 저당잡히는 대가는 지속적인 군사적 긴장 고조가 될 것이다.

미군의 존재는 한국으로선 일종의 ‘보조금’이다. 미군의 보조금을 버려라. 그러면 남한은 두 개의 선택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미군에 의해 제공되는 군사적 지원을 유지하기 위한 거대한 지출, 아니면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제안한 바 있는, 남북한 군비감축에 기반한 북한과의 공존이 그것이다. 지난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남북한간) 군비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북한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제 북한과의 긴장을 피해야 한다. 그리고 평화협정 체결, 북-미 관계 정상화, 비핵화 협상 쪽으로 미국을 움직여야 한다. 다행스러운 건, 이명박 정부가 2년 뒤 새 지도자로 바뀐다는 것이다. 안보만큼 경제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새 지도자는 더이상 남한이 미국의 볼모가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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