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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MB정부의 거짓말 3중주단 / 정남기

등록 2010-08-26 21:19

정남기 논설위원
정남기 논설위원
이명박 정부는 초기부터 거짓말에 대한 논란 속에 출범했다. 선거 기간 내내 비비케이를 둘러싸고 이어져온 진실공방 때문이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비비케이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광운대 강연 동영상이다. 자신이 비비케이를 설립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은 비비케이와 무관하다는 기존 해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아직 진상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그러나 적어도 두가지 발언 가운데 하나는 거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3월에는 안상수 한나라당 당시 원내대표의 거짓말이 큰 소동을 빚었다. 그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몰아내기 위해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에 대해 “상식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명진 스님이) 누군지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명진 스님이 “밥도 같이 먹지 않았느냐”고 반박하자 꼬리를 내렸다. 이후 당 대표 선거에 나서면서 “기억하긴 어렵지만 사실이라면 명진 스님과 봉은사 신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사실상 자신의 거짓말을 인정했다.

이번에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거짓말이 문제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구마 줄기처럼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처음에는 작은 거짓말이었다. 도청 구내식당 직원을 가사도우미로 썼다는 주장을 부인하다가 근거를 들이대자 결국 시인했다. 부인이 상습적으로 관용차를 써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식 행사 때만 썼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결국 개인 용도로 썼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결정판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거짓말이다. 그는 청문회 첫날 박 전 회장을 처음 만난 게 2007년 이후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골프를 함께 한 것도 2008년 이후 지역 경제인들과 어울렸을 때 몇번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2006년 10월에 박 전 회장 소유의 정산컨트리클럽에서 같이 골프를 하지 않았느냐”는 구체적인 추궁이 나오자 사실을 인정했다. 부지사 두명과 함께 했고, 돈도 박 회장이 냈다고 털어놨다. 또 평소에 회원이 아니면서 회원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까지 기억해냈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을 언제 처음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기억을 더듬어보겠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로 일관했다. 말바꾸기와 얼버무리기가 계속되면서 김 후보자의 목소리는 나중에 제대로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잦아들었다. 자기가 만들어낸 거짓말의 함정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당·정·청의 수장인 대통령, 총리, 여당 대표 모두가 거짓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당 대표 모두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 속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번에 총리가 가세하게 되면 그야말로 환상의 3중주단이 되는 셈이다. 정운찬 전 총리 시절의 병역면제 트리오가 거짓말 3중주단으로 바뀌었다고나 할까? 단순히 김 후보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신뢰의 위기다.

사실 대통령한테 지명을 철회하라고 하기도 어렵다. 공직자로서 훨씬 더 많은 자질 시비와 거짓말 의혹에 휩싸였던 이 대통령이 그를 낙마시킬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별로 없다. 김 후보자가 취임하면 똑같은 악순환이 예상된다. 이마에 거짓말이란 주홍글씨가 새겨진 총리가 관료들의 부정과 비리를 단속할 수 있겠는가. 정의와 공정한 사회를 외칠 수 없음은 물론이다.

플라톤은 “불의의 가장 나쁜 형태는 위장된 정의”라고 말했다. 독일 정치학자 한나 아렌트는 “위선을 제외한 어떤 악덕도 순수성이 존재할 수 있다. … 오직 위선자만이 내부의 핵심까지 속속들이 악한 존재다”라고 말했다. 모든 잘못이 거짓과 위선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강조한 말들이다. 이미 김 후보자의 말은 어떤 것도 믿을 수 없는 지경이 돼버렸다. “생각나지 않는다”는 망각의 방패를 내세워 청문회를 적당히 넘기는 일이 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

정남기 논설위원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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