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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담뱃값 인상이 최선의 금연정책이다

등록 2010-09-04 16:51

김철환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금연클리닉 교수
김철환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금연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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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식품이나 물건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정부, 국회, 언론 등에서 책임을 추궁하고 누리꾼들은 인터넷을 달구는 등 온 나라가 들끓을 것이다. 그런데 40여종의 발암물질과 수백종의 독성물질을 매일 800만명이 넘는 국민들에게 팔아도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담배이다. 담배는 니코틴이라는 마약과도 같은 성분을 포함한 중독품인데 기호품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만연해 있다. 더구나 담뱃세는 지방세를 충당하는 재원이라는 이유 때문에 담배는 아직도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담배회사는 흡연자들이 마리화나·코카인과 같은 마약보다 마약성이 훨씬 높은 니코틴에 중독이 되어 오랫동안 끊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바로 담배를 만들 때 원래 약산성이던 것을 약알칼리성으로 만들어서 니코틴을 4배나 더 많이, 그리고 빨리 흡수하도록 하고 있다.

니코틴에 중독된 사람은 평생 끊기 힘드니 담배회사는 땅 짚고 헤엄치는 격으로 쉽게 돈을 벌고 있다. 더구나 한국의 담뱃값은 구매력에 대비하여 가장 싼 나라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니 청소년이나 저소득층의 담배 구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담뱃값이 되려면 적어도 6000원이 되어야 하고, 흡연자들은 8000원은 되어야 담배를 끊겠다고 한다. 현재 평균 2500원인 담뱃값을 두 배 올리는 것도 정치권에서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담뱃값은 5년 이상 같은 가격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최저가를 유지하고 있다.

흡연자 당사자가 담뱃값 인상을 찬성할 리 없다. 담배회사도 말로는 상관없다고 하지만 흡연자가 줄어드는 것을 반길 리 없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를 비롯한 권위있는 단체와 보건의료 전문가들, 그리고 모든 선진국에서는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으로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정책이라는 데 합의한 지 오래다. 특히 담뱃값 인상은 서민과 청소년의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것도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가 앞다투어 담뱃값을 올려왔다.

그러니 담뱃값을 올리는 것은 반서민적인 정책이라는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의 주장은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아니면 흡연자들의 표를 의식한 술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서민들이 담배를 계속 피워서 흡연 관련 질환에 걸려 경제적 파탄에 빠지고 일찍 세상을 떠나도록 하는 것이 친서민 정책인가? 아니면 이들의 금연을 확실하게 돕는 정책을 펴는 것이 친서민 정책인가?

더구나 신상진 의원이 누구인가? 의사이며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지난 8월11일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회, 대한한의사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사회 등 6개 단체가 담뱃값을 2배 이상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을 모르는가? 신상진 의원이 진정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흡연율을 떨어뜨리고 청소년들이 담배에 손을 대지 않도록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담뱃값 인상이라는 여러 전문가들의 권고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비가격정책은 지금도 시행되고 있고 앞으로 더 강화해야 하는 정책이지 그 효과를 기다려보자고 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 이를 빌미로 담뱃값을 인상하면 안 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부디 신상진 의원이 담배회사의 로비나 정치적 이해를 넘어서서 국민 건강을 진정 위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판단하기를 바란다.


매일 흡연이 원인인 병에 걸리고 죽어가는 환자를 보는 의사 중 하나인 나는 담뱃값을 인상하고 그 인상분을 흡연자들이 금연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 쓰는 정책을 펴도록 주장해왔다. 이제라도 우리나라가 담배와 관련된 정책에서도 선진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철환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금연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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