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호 국제부문 기자
지금 북핵은 천안함과 6자회담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북·중은 분명하다. 6자회담으로 가자는 것이다. 북·중은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속히’ 열자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6자회담 중국 쪽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는 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건 9월 유엔 총회 기간 중 북·미를 포함한 6자회담 당사국 간의 접촉을 통해서 6자회담 재개의 과정을 시작하자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한·미는 갈 길이 보이는데도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다.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3일 미국과의 협의 뒤 내놓은 답이 그렇다. 위 본부장은 “우리가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시점에서는 6자회담으로 가는 것이 이르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미는 ‘6자회담 재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키로 했다’는 것인데 그 말이 생뚱맞다. 한·미가 노력하겠다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6자회담은 시기상조고, 북의 책임있는 태도 내지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조건이라는 게 원론적일 뿐만 아니라 모호하다. 미국 국무부의 필립 크라울리 공보차관보는 “북한이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약속을 이행하고, 이웃 국가에 대한 호전적이고 도발적 행위를 중지하며, 비핵화를 위해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고, 국제법과 의무를 준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그런 방향으로 움직일 자세가 돼 있다는 걸 입증한다면 (미국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보기에 따라선 대화를 안 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위 본부장은 “북한의 행동은 총체적으로 평가를 하게 되는데, 그중에는 천안함도 있고, 비핵화에 대한 행동들도 있다”며 “하나하나를 따지기보다는 북한의 행동 전반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지금 ‘선 천안함 해결 후 6자회담’도 아니고, 천안함과 북핵을 연계시키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럼 뭔가?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국내외의 전문가들이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그러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북이 답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북은 일관되게 제재와 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고 말해왔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추진할 경우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위협해왔다. 이번 미국의 추가 제재는 북한이 보기에 안보리의 천안함 의장성명을 위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북은 이례적일 만큼 침묵하면서 개의치 않겠다는 자세다. 중국이 말해온 ‘냉정과 절제’의 모습이다.
지난달 27일 창춘에서의 북-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은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동향’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그러고는 “한반도 정세 완화와 외부 환경 개선을 위한 북한의 적극적인 노력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북은 후 주석의 말대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과 함께 곰즈를 석방했다. 그리고 이어서 대승호 선원도 돌려보냈다. 지난해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때도 억류된 여기자를 석방한 뒤 역시 연안호 선원들을 송환했다. 그 뒤 10월 싱가포르 남북 비밀회동에 즈음해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밝힌 것은 북이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라는 “두 수레바퀴가 맞물려 굴러가는 정세 발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 ‘통미봉남’이 아니라 이른바 북-미, 남북관계 발전을 연동하는 전략이다. 최근 북의 쌀 지원 요청과 정부의 긍정적 검토 그리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순방 등은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강태호 국제부문 기자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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