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준 울산의대 교수·가정의학
나는 ‘금연운동권’이다. 금연 관련 시민단체의 이사를 맡은 적도 있고, 현재 금연 관련 학회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담뱃값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이라고 믿는 쪽이며, 이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도 여러 차례 있다.
과거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80%를 넘었으나 1980년 이후 급격히 감소하여 최근에는 40% 정도까지 낮아졌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우리나라가 담배규제정책의 모범적인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다. 지속적으로 줄어들던 성인 남자의 흡연율이 몇년 전부터 떨어지지 않고 있다. 다시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조짐마저 보이기도 한다.
떨어지던 흡연율이 다시 올라가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이는 정부 금연정책의 커다란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가장 효과적인 금연정책의 하나인 담뱃값 인상을 도입할 필요가 더 커지는 것 아닌가?
그런데 담뱃값 인상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나도 이에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인상 이유이다. 정부는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은 이를 믿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른바 부자감세 정책과 4대강 사업에 대한 엄청난 지출로 재정적자가 커지고 있다. 이를 메우기 위한 방안으로 담뱃값 인상이 검토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올해 초부터 재정경제부가 ‘죄악세’니 ‘교정세’니 하면서 담뱃값 인상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떠보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둘째 이유는 담뱃값 인상이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재정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담뱃값을 인상하면 소득이 낮은 사람이 담배를 더 많이 끊거나 줄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담배를 사도록 재정지원을 해줄 수는 없으나,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예를 들어 전체 조세체계를 더욱 누진적으로 바꾸는 조세정책)을 함께 강구하는 것이 더 공정하다.
셋째는 2004년 담뱃값 인상의 좋지 않은 경험 때문이다. 2004년에 가격을 500원 인상했을 때, 수입 증가분의 1.5%만 금연정책에 투입되었다. 증가분 모두를 금연정책에 투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금연사업에 대한 재정투입으로는 담뱃값 인상이 금연을 위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의 정당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2004년 담뱃값 인상 이후에도 사회계층간 흡연율의 불평등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 고학력자와 고소득자들은 담배를 끊고 있지만, 사회취약계층의 흡연율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를 위한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른바 비가격정책이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가? 2005년 우리가 비준한 담배규제기본협약에 의하면 이 조약의 비준국은 2008년까지 담뱃갑의 경고문구를 강화해야 한다. 2010년까지는 모든 담배 광고, 판촉 및 후원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행은 감감무소식이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진정 원한다면 가격 인상으로 마련될 재원을 어떻게 금연사업에 활용할 것인지, 조세정책을 통해 사회취약계층의 재정부담을 어떻게 줄여줄 것인지, 취약계층의 금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를 제시해서 국민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가정의학
2004년 담뱃값 인상 이후에도 사회계층간 흡연율의 불평등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 고학력자와 고소득자들은 담배를 끊고 있지만, 사회취약계층의 흡연율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를 위한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른바 비가격정책이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가? 2005년 우리가 비준한 담배규제기본협약에 의하면 이 조약의 비준국은 2008년까지 담뱃갑의 경고문구를 강화해야 한다. 2010년까지는 모든 담배 광고, 판촉 및 후원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시행은 감감무소식이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진정 원한다면 가격 인상으로 마련될 재원을 어떻게 금연사업에 활용할 것인지, 조세정책을 통해 사회취약계층의 재정부담을 어떻게 줄여줄 것인지, 취약계층의 금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를 제시해서 국민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조홍준 울산의대 교수·가정의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