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화석연료의 대량소비를 바탕으로 한 인류문명은 지구 생태계에 변화를 초래해 이제는 생명체의 존속마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세계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적 효율과 생태적 효율을 동시에 실현하는 새로운 성장경로를 추구하게 됐다.
‘생태적 효율’이란 ‘인간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생태적 효율이 높다는 것은 동일한 활동을 하면서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낮음을 의미한다. 상반관계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던 경제적 효율과 생태적 효율의 동시 실현이 가능해진 것은 기술의 진보와 생태계 관리 역량의 향상 덕분이다. ‘녹색성장’ 체제에서는 환경친화적 첨단기술로 무장된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소득과 고용을 증진시킨다. 또 생태계에 대한 관리 강화는 생태계의 보호와 회복을 위한 경제적 활동을 증가시킬 것이다.
해양 생태계의 보호·관리와 해양의 청정자원 이용은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이다. 해양은 지구 생명체 서식지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해류의 대순환을 통해 지구 기후의 균형을 유지하는 등 지구 생태계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양은 또 에너지, 물, 광물, 생물자원 등 실로 다양하고도 방대한 자원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해양의 기능과 잠재력을 지혜롭게 활용해야만 지구 생태계 보호와 경제적 성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해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해양과 관련된 의제들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초, 유네스코와 프랑스 정부가 공동 주최한 제5차 세계해양대회(글로벌 오션 콘퍼런스·GOC)에서는 해양 관리를 위한 논의와 조처들이 유엔 체제 아래서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의장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이런 메시지는 새달 일본에서 열릴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와 올해 말 멕시코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국가 차원에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해양정책의 위상이 격상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세계 4대 경제대국들은 모두 최근에 국가 차원의 통합해양정책을 수립하여 발표하였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해양에 대한 정책의제의 강화는 향후 새로운 해양산업의 부상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국제적 컨설팅업체인 ‘프로스트 앤 설리번’은 머지않은 장래에 해양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연간 1조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08년에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들이 연안 보호를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을 연간 300억달러로 추정했다. 또 기후변화에 따라 해양 연구·조사·관측 활동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해수담수화산업, 해양 장비 및 플랜트산업 등 해양 관련 산업은 향후 고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녹색성장 체제에서 해양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최근 영국, 중국, 독일, 프랑스, 아일랜드, 노르웨이, 브라질, 인도 등 세계의 많은 해양국가들이 미래 국가경제의 발전에서 해양산업이 갖는 전략적 가치를 재인식하고, 정부와 산업계가 협력하여 해양산업의 발전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 정부는 2016년까지 세계 5대 해양강국(G5)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비전은 새롭게 떠오르는 해양 신산업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주도권을 확보할 때 가능해질 것이다. 정부는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해양부문의 역할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해양산업의 발전을 이끌기 위한 비전과 전략 마련에 나서주기 바란다. 선진국과의 녹색경쟁(그린 레이스)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지지 않으려면 해양산업 각 분야의 세계시장 잠재력과 국내 산업의 혁신 역량을 면밀하게 평가하여 해양부문의 신생산업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실천전략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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