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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김정은 후계체제와 대북정책 / 김연철

등록 2010-09-30 20:54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북한의 후계체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식화의 과정은 남아 있지만, 김정은이 후계자로서의 위상과 지위를 확보했다. 북한의 후계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도덕적 접근이 있다. 3대에 걸친 ‘일가족 사회주의’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도덕적 판단과 정책 선택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 대북정책은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과도한 도덕적 판단이 정책 실패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바로 1994년 김영삼 정부 당시의 ‘조문파동’이다. 당시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는 ‘조의’를 표명했고, 제네바 현지에서 북한과 협상중이던 로버트 갈루치 차관보가 조문을 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터져나온 이념논쟁을 관리하지 못했다. 당시 한·미 양국의 북한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는 정책적 판단을 했고, 김영삼 정부는 도덕적 대응을 앞세웠다. 결과는 북-미 관계의 개선과 남북관계의 부재로 나타났다.

후계체제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다리자는 의견도 있다.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후계체제는 과정이다. 현재의 시점 역시 진행 과정이다. 공식화의 절차가 남아 있고, 북한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당장 후계문제 때문에 북한의 정책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전히 국정을 장악하고 있다. 후계자의 정치가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번 당 대표자회는 후계관리체제를 구축하는 것이고, 강화된 국방위원회와 더불어 정비된 당이 김정은의 경험부족을 보완할 것이다. 외교 분야나 대남 분야의 실무 책임자들 역시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정책 선택 구조는 그대로다.

그래서 북한의 후계문제를 이유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나 이명박 정부의 ‘기다리는 전략’이 지속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정책 인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가? 냉정하게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북핵 문제는 악화됐고, 남북관계는 중단됐으며, 동북아의 대립구조는 심화되고, 결정적으로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만 강화됐다. 오히려 북한의 후계국면을 6자회담이나 남북관계 진전의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김정일 위원장은 더 나은 정책 환경을 후계자에게 물려주고 싶을 것이다. 김정은도 후계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당면한 문제는 경제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교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북한 처지에서 후계문제는 대외협상을 미룰 이유가 아니라, 서두를 근거이다.

6자회담이나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는 한·미 양국이 한반도 현안 문제를 능동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 한반도의 외교적 환경이 별로 좋지 않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은 중국과 경제문제로 갈등하고, 중-일 영토분쟁 후유증도 남아 있다. 여전히 한국은 천안함의 출구를 찾는 데 소극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후계문제가 기다리는 전략의 명분으로 작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중국이 ‘내정불간섭’의 원칙을 표명했다.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을 확대해서 동북아 정세를 주도하고 경제적 실익을 얻고 있다. 도덕적 판단보다 전략적 이해를 우선한다. 한·미 양국이 협상을 미루면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후계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북-중 관계가 더욱 밀착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봉건적 정치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변화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접촉하지 않고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중국으로 향하는 문이 열려 있기에 한국의 대북정책 영향력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현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을 어떻게 할 것인가? 금강산 관광을 언제까지 중단할 것인가? 그리고 6자회담의 장기교착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가? 북한의 후계문제와 관련해 좀더 냉정하고 신중해져야 하며, 그것이 긍정적 정책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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