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봉 미국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문제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보수언론들은 예산부족을 내세워 무상급식을 시행하게 되면 나라가 거덜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사회에서 무상급식과 관련한 논란의 핵심은 ‘돈’이었다.
과연 무상급식 논란의 핵심이 ‘돈’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단지 ‘돈’이 없어서 무상급식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최근 미국의 학교 현장에서 학생 급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무상급식 문제가 반드시 ‘돈’ 문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기침체로 최근 미국 학생들 중에도 집에서 아침을 먹지 못하고 등교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농무부의 발표를 보면, 현재 미국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식사를 제때 하지 못하는 사람이 1700만명에 이른다.
정부가 제공하는 ‘푸드 스탬프’를 이용해 끼니를 때우는 사람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에서 무료 또는 할인된 금액으로 아침이나 점심을 제공받는 학생들의 비율도 2007년 59.3%에서 지난해에는 62.5%로 늘었다.
콜로라도주 센테니얼고교의 경우, 2009년 한해 동안 무료로 아침식사를 학교에서 제공받은 학생이 하루 평균 100명이 안 되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하루 평균 210명으로 갑절을 넘었다. 아침을 못 먹고 등교하는 학생이 늘어나자 센테니얼고교는 즉시 전교생을 대상으로 아침 무료급식에 들어갔다.
학교 당국은 무료급식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사춘기에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했다. 그동안 가정의 수입을 기준으로 선별해 무료급식을 제공하던 정책을 가정의 수입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무료로 아침을 제공하는 것으로 바꿨다.
센테니얼고가 모든 학생에게 아침식사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은 학교와 시민단체가 협력관계를 구축해 가능했다. 학교 당국의 적극적인 참여와 ‘셰어 아워 스트렝스’(Share Our Strength)라는 시민단체의 지원이 모여서 전교생에게 무료급식을 시행하게 됐다.
센테니얼고의 전교생 무료급식 소식이 알려지자, 콜로라도주에서는 주지사가 나서서 ‘셰어 아워 스트렝스’가 주도하는 무료급식 운동에 콜로라도주에 있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의회에서도 일선 학교의 아침 무료급식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아동 영양 관련법’(Child Nutrition Act) 개정을 추진중이다.
아침을 굶고 학교에 오는 학생들에 대한 학교와 시민단체들의 작은 관심이 전교생 대상 무료급식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그 작은 시작은 일반시민들의 참여를 불러일으켰다. 정부와 정치권의 참여까지 이끌어냈다. 무료급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돈’이 아니라 밥을 굶는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임을 입증했다.
미국에서는 ‘셰어 아워 스트렝스’뿐만 아니라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와 ‘갓 브렉퍼스트’(Got Breakfast)라는 시민단체가 학교 무료급식 운동에 적극 참여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예산 타령만 늘어놓지 말자. 점심을 굶는 아이들을 위한 관심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자. 예산을 문제로 무상급식을 차등급식 했을 때 아이들이 받게 될 마음의 상처까지 헤아릴 줄 아는 어른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진봉 미국 텍사스 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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