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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귀하 / 조국

등록 2010-10-05 19:48수정 2010-10-05 22:39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 장관은 부자감세·규제완화 등 친부자·친기업 ‘엠비(MB)노믹스’를 국정운영의 원리로 만들었고 “4대강 사업이 친서민 정책”이라고 강변하는 대표적인 ‘엠비맨’입니다. 게다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으로 일할 때 ‘워커홀릭’으로 불릴 정도로 일을 하여 대통령의 호감과 신뢰를 받았다지요.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시절 경차를 몰았고 장관 취임 이후 1600㏄급 아반떼 하이브리드차를 타는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박 장관께 드릴 말은 많지만 이번 기회에는 두 가지만 묻고자 합니다.

첫째, 지난 7월22일 2005년 이전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입사해 2년 이상 동일한 노동을 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음은 알고 계시지요. 업계에 만연한 위장도급 형식의 불법파견에 제동을 건 획기적 판결입니다. 이어 서울중앙지법도 케이티엑스(KTX) 승무원의 실질적인 사용자가 한국철도공사라고 판결하였지요. 똑같이 출퇴근하면서 동일노동을 하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만 받고 정리해고의 제1순위가 되는 현실에 대하여 사법부는 시정을 명한 것입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이런 불법파견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불법을 시정하려면 불법파견 의심사업장에 대한 전국적인 전수조사가 필요한데 왜 이를 거부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혹시 파견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모든 업종에 파견을 확대시키겠다는 한나라당의 입장대로 근로자파견법이 개정되기를 앙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고용노동부 장관의 임무가 노동권 보호, 양질의 고용 창출·확대, 노사갈등의 공정한 조정·중재라는 점을 잊어버리고 전경련의 ‘노동대책과장’처럼 사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렇지 않다면 파견·도급·하청 등의 형태로 급증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수와 열악한 상태를 조사하고 불법을 시정하는 조처에 적극 나서야 하지 않는지요.

둘째, 올해 11월13일이 전태일의 40주기인지는 알고 계신지요.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후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하고자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던 스물두살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40주기 말입니다. 박 장관은 2005년 청계6가에 만들어진 전태일 청동반신상(임옥상 작)을 찾아가본 적은 있는지요. 최근 서울시는 이 동상이 있는 청계6가 ‘버들다리’를 ‘전태일 다리’라는 이름과 함께 사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수차례에 걸친 시민들의 개명 요구 릴레이 1인시위 덕분이지요. 한국 노동운동의 새 장을 열어젖힌 역사적 현장인 이곳이 과거 청계천변에 버드나무가 많았다는 이유로 ‘버들다리’로 이름 붙여진 것은 몰역사적인 결정이었지요.

일국의 노동문제를 책임지는 장관이라면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전태일의 마지막 외침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혹시 박 장관은 청계6가를 방문하여 전태일 동상 앞에 헌화할 생각은 없는지요. 기일인 11월13일 모란공원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정부를 대표하여 참석할 생각은 없는지요.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 팍팍한 노동현실에서 고통받는 노동자들도 약간의 위로를 받지 않을까요. 장관이 이런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노동운동단체도 장관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이명박 정권은 노동문제를 ‘공안사건’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노동자를 ‘비용’으로만 생각하고 노동운동을 통제와 탄압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한 노사화합과 노사안정은 요원합니다. 아무리 ‘친기업’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장관도 아닌 고용노동부 장관이라면 정책과 행보에서 조금은 ‘친노동’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습니까. 국무회의 자리에서 노동의 시각에서 문제해결 방식을 제시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 모든 것이 언감생심인가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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