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브라운
10월10일은 제7회 세계 사형제 폐지의 날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사형이 집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유감이다. 앰네스티 보고서를 보면 아직도 18개국이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2009년에만도 714명에게 사형이 집행되었다. 이 수치는 사형 집행을 기밀로 유지하는 중국의 통계를 넣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사형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사형 건수는 수천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형선고가 내려진 몇몇 범죄는 매우 끔찍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왜 세계적으로 많은 정부들은 모든 범죄들에 대해 절대적으로 사형을 금지하고 있는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분명하다. 자신의 범죄가 사형선고를 받으리라는 것을 알았을지라도, 종신형을 집행받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그러한 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정적인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오심으로 인한 사형선고는 되돌리거나 바로잡을 수 없다. 영국에서 1953년 19살의 나이로 사형당한 데릭 벤틀리의 사례는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그는 사형되고 4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8명의 민주항쟁 운동가들이 사형을 집행받은 지 30년이 지난 2007년에야 무죄로 밝혀진 바 있다.
무엇보다 사형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것으로서 21세기에는 존재할 여지가 없다. 사형제 폐지는 인권을 진일보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한국의 근현대사에서는 특히 괄목할 만한 인권 신장이 이루어졌음을 볼 수 있다. 또 한국은 지난 13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는 사형을 폐지한 국가의 지위에 있으므로 이를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법적으로는 사형제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전세계는 사형제 폐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만 하더라도 22개국이 이미 사형제를 폐지했다.
이것만으로 안도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전세계 모든 국가가 사형제를 폐지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고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영국 정부는 사형제 폐지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 진정한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곳에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몇몇 국가에 대해서는 실용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미 사형제를 중단한 국가들에는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전히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에는 청소년·임산부·정신이상자에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공정한 재판과 항소의 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국제적 기준에 부합할 것을 촉구한다.
사형제 폐지를 위한 영국 정부의 국제적인 노력은 이미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사형제의 법적 폐지를 위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케냐, 바베이도스, 우간다 등의 사형제 폐지를 위한 프로젝트를 지원한 바 있다.
법적인 사형제의 폐지는 사형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우간다에서는 영국 외무부가 지원한 프로젝트의 결과로 지난달에만 167명의 사형수가 종신형으로 감형되었다. 지난해 케냐는 4000여명의 사형수를 모두 종신형으로 감형했다. 이런 성과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과정이다.
우리는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사형제 폐지가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이에 앞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영국은 세계 모든 국가가 사형제를 폐지하는 우리의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또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적극 노력할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 주목받는 한국이 23번째 사형제 폐지 국가가 됨으로써 인권 분야에서도 세계적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한국이 국제적인 사형제 폐지 요청에 동참하고 이와 뜻을 같이하는 유엔을 지지했으면 한다.
제러미 브라운 영국 외무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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