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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전략적 인내’의 전환인가? / 강태호

등록 2010-10-10 20:53

강태호 국제부문 기자
강태호 국제부문 기자
“우리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언급한 ‘전략적 인내’를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교적 이런 측면에서 성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지난 9월16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전략적 인내란 뭘 말하는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이는 두 시기에 걸쳐 그 내용이 다르게 나타났다.

하나는 북한의 대포동2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서 2차 핵실험에 이르는 2009년 4~5월의 시기다. 이때 전략적 인내는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음에도 군사적 수단을 배제한다는 걸 의미했다. 이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와 군사적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둔 접근법과 달리, 동맹·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제재와 대화를 병행한 투트랙 접근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미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결의(1874호)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얻었다.

다른 하나는 천안함 사건 뒤인 지난 5월이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5월26일 중국과의 전략대화 뒤 서울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다시 ‘전략적 인내’를 언급한 데 이어 기자회견에서 이를 ‘단호하면서도 신중한 대응’으로 부연설명했다. 그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북한에 너무 강경하게 나가선 안 된다’는 한국에 대한 메시지이자, 동시에 <워싱턴 포스트>가 전한 것처럼 “현재 초점은 북한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지,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는 데 맞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북강경론자로 분류되는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도 지적하고 있듯이 전략적 인내는 장기적 정책이 될 수는 없다. 그에 따르면 미얀마에 대한 핵기술 확산 등 북한이 도발할 경우 ‘인내’는 북한의 나쁜 행동을 ‘용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의 대북정책은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때 비핵화의 대가로 무엇을 받을 수 있을지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8일 워싱턴 미국외교협회(CFR)에서 클린턴의 연설은 그 또한 이를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그는 “북한의 지도자가 누가 되든 비핵화가 그들의 미래에 더 좋은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키는 게 중요하며,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북한의 후계구도 문제가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 “우리는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진지하게 논의할 용의가 있다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이고 6자회담 프로세스가 제공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관해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이 연설은 <포린 폴리시>가 밝힌 8월 초의 전문가회의와 8월 말의 세미나 등 클린턴이 주재한 대북정책 재검토 회의 끝에 나온 것이었다. 실제로 9월17일 <워싱턴 포스트>는 8월 말의 세미나에서 클린턴이 천안함 사건 이래의 ‘전략적 인내’가 무한정 계속될 경우 북한의 강경파들을 대담하게 만들거나 대량파괴무기 확산 노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견해에 의견을 같이했다며 제3의 방안으로서 대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지금까지는 의자에 제재와 (한-미) 군사훈련이라는 두 개의 다리가 있었지만 클린턴은 북한과의 대화를 필수적인 세번째 다리(수단)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이런 정책전환 시사는 8월 말 창춘에서의 북-중 정상회담과 최근 공개된 영변 원자로 냉각탑 터 주변에서의 대규모 굴착공사라는 북한의 강경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강태호 국제부문 기자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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