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민주당이 최근 새 지도부를 구성했다. 하지만 5개 야당의 난립으로는 2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진보세력이 승리하기 어렵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각종 여론조사의 수치가 보여준다. 그럼에도 아집과 독선, 기득권 유지에서 연대를 이루지 못해 극우보수의 재집권을 허용한다면 ‘민주반역’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유신·5공 독재에 맞서 수많은 학생·노동자·시민들의 희생으로 되찾은 민주주의와 남북화해협력체제가 보수권력의 등장과 함께 역주행하여 3년이 다 돼 간다. 야당은 효과적으로 견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무기력과 분열상만 보여왔다.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이 일궈온 텃밭을 지키지 못했다. 수많은 국민의 희생으로 수립된 민주진보정권이 10년 만에 허물어진 데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군소야당들도 분열함으로써 어부지리를 안겨준 책임이 적지 않다. 이것은 자신들의 권력상실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민족)의 진로를 역행시켰다는 책임이 따른다. 5개 야당이 기득권의 장벽을 헐고 시민단체까지 참여하는 ‘민주시민정부’를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지금 동아시아는 해양·대륙세력 간의 신냉전 대립구도로 급속히 경화되면서 한반도는 진앙지가 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의 남북화해, 미·중 등거리외교를, 이명박 정권은 대북적대, 미국 추종 일방외교로 한국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대북적대정책은 북한의 중국 의존을 더욱 높이고 주요자원개발권이 중국에 넘어갔다. 정부의 소망대로 김정일 체제가 무너지면 흡수통일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미군이 점령하거나 중국에 편입되거나 그 와중에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분석한다. 이것이 극우보수의 재집권을 막아야 할 첫째 이유다.
둘째는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에 가장 많은 희생과 고통을 겪고도 가장 적게 이익을 본 노동자·농민의 생활보호다. 이명박 정권은 부자감세와 토목공사로 부유층 중심의 정책을 펴고 서민대중은 갈수록 강퍅해진 생계에 허덕인다. 쓸만한 자리는 세도가 자식들이 차지하고 서민들은 백수가 세습된다. 셋째는 수출은 증가하는데 중산층이 무너지는 경제구조·경제정책을 바꾸기 위해서다. 중산층이 몰락하고 빈부 양극화의 골이 더 깊어지면 자칫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밖에서는 배우 문성근씨가 주도하는 ‘100만 민간프로젝트’ 등 야권 대통합 운동이 불붙고 있다. 참여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불리면서도 정치참여를 하지 않고 지내온 그의 행적으로 보아 정치적 야심에서 시작한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의 순수성이 이번 ‘거사’의 진정성을 보여 많은 국민이 동조하고 참여한다. 그의 꿈은 ‘동지’ 100만명을 모아 야당을 한울타리로 묶자는 ‘유쾌한 민란’이다. 야당들이 외면할 일이 아니다. 한 여론조사는 “한나라당에 맞서는 야권 단일정당이 만들어진다면 국민 10명 중 7명이 지지하겠다”고 응답했다.
전봉준은 1894년 제폭구민, 척왜척양, 권귀척결의 깃발을 들고 민란(혁명)을 일으켰다. 저수지의 멀쩡한 보를 두고 신보를 쌓는다고 농민들을 갈취하는 지방관부터 무능부패한 정권에 대항하여 집강소를 설치하고 입헌공화제를 꿈꾸며 봉기했다. 정부가 외세를 끌어들여 동족을 학살하면서 동학혁명은 좌절되고, 이 땅은 열강의 투전판에 이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그때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민생은 어렵고 지배층은 외세에 의존한다. 비판세력은 분열되어 취약하다. 차이라면 당시에 비해 민중의 힘이 크게 성장하고 선거라는 제도가 마련되어 죽창을 들지 않아도 교체의 길이 있다는 점이다.
야당과 시민단체, 모든 민주세력이 결집하여 시민권력을 창출해야 한다. 민주당 새 지도부와 다른 야당들은 거리에서 벌어지는 야권 대통합 운동에 관심을 보였으면 한다. 작은 것을 버리면 큰 것을 얻게 되고 죽을 각오를 하면 살게 된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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