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문화방송 피디수첩 프로듀서
검찰은 왜 스폰서검사 사건의 진상을 축소, 은폐했는가?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물어야 할 질문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 검찰은 시효에 상관없이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인 위원들을 포함시켜 진상규명위원회까지 출범시켰다. 그러나 검찰 진상규명의 결과는 성접대 1건, 회식 10여회, 금품 제공 2건 인정이다. 어떻게 조사했기에 이렇게 됐을까?
검찰은 오래된 사건들의 경우 ‘관련자 추적이 불가능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피디(PD)수첩’이 검증한 결과 검찰이 ‘없어졌다’고 한 접대 장소는 35년째 버젓이 영업하고 있었다. 인터넷에 이름을 치니 바로 현재 위치가 나왔다. ‘찾을 수 없다’는 업주들도 간단한 방법으로 즉시 찾아냈다. 검찰은 ‘금품 제공이 정기적으로 이뤄진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했지만 피디수첩은 돈봉투를 직접 ‘정기적으로’ 만든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검찰은 ‘성접대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피디수첩은 모델들을 데리고 검사들을 접대했다는 당시 모델 에이전시 관계자의 증언을 들었다.
검찰은 접대를 했다는 제보자의 증언은 까다로운 조건으로 검증하면서 접대를 받지 않았다는 검사들 입장은 쉽게 받아 들였다. 몇몇 룸살롱 업주들을 조사하긴 했지만, 피디수첩에 말한 것과는 달리 그들이 “성매매는 없었다”고 하자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증언을 왜곡해, 있었던 일을 없는 일로 만든 의혹까지 있다. 제보자 회사의 한 직원은 ‘감찰 나온 사람들을 접대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는데 검찰은 이 사람이 “본 적 없다”고 진술했다고 발표했다. 증언을 듣고도 외면한 의혹도 있다. 부산의 한 젊은 검사가 연루된 성추행, 성접대 사건을 듣고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제보자에 대한 조사는 철저했다. 검찰은 휴대폰 녹음내용을 확보하겠다는 용도로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제보자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들을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제보자의 주변 인물들을 조사했다. 심지어 제보자가 다니는 단골 미용실 주인까지 검찰의 전화를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검찰은 2009년 한승철 당시 창원지검 차장검사가 주재한 회식에 동석했던 제보자의 지인에 대해 회사와 집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을 강행했다. 10살 아들의 통장까지 뒤졌다고 한다. 제보자의 선배는 극도의 공포에 싸여 2009년 접대 당시의 성매매를 모 부장검사가 아닌 자신이 했다고 거짓 진술했다.
이 사건은 제보자의 고발로 시작된 것이다. 당연히 사건의 진상규명은 제보자 협조로 증거와 증인 등 객관적 물증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검찰은 제보자의 노모의 친구까지 계좌 추적을 하는 방식으로 압박했고, 결국 제보자는 협조를 거부했다. 그 뒤 검찰은 제보자의 협조 거부가 진상규명이 어려웠던 중요한 이유라고 발표했다. 검찰이 제보자를 압박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랐을까? 제보자 협조가 아니면 진상을 규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협조를 못하게 만들고, 찾을 수 있는 증인들을 못 찾았다고 하고, 봤다고 한 진술을 못 봤다고 바꾼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
피디수첩은 지난주 ‘검사와 스폰서 3-묻어버린 진실’을 방송하기 전 검찰에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검찰은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방송 후 많은 시청자들이 검찰에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지금까지 일언반구 답하지 않았다.
나는 검찰이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진상을 축소 은폐한 과정을 다시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렇기에 오늘 국회 법사위원들은 국민을 대신해 검찰에 물어야 한다. 왜 검찰은 스폰서 검사 사건의 진상을 축소 은폐했느냐고.
최승호 문화방송 피디수첩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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