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기고] 4대강 답사 함께 가실까요?

등록 2010-10-21 20:08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번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소통은 민주사회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이다. 소통은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의 골을 줄이고, 다름에도 불구하고 함께 사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상하게도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소통이 없다. 일방적 홍보만 있다. 소통은 다양한 행위자들 간에 의견을 나누는 것인데, 정권 출범 이후 이뤄진 4대강 논의를 보면 나눔의 과정이 전혀 없었다.

4대강 사업이 한반도의 자연을 바꿀 대규모 개발사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강에 의존해 사는 수많은 생명체들에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주고 있다. 하천에 의지해 살아온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도 커다란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체 위기에 처한 팔당 유기농 공동체의 아픔이 이를 예증한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필요성만을 홍보하며, 공사는 쉼없이 진행된다. 누가 봐도 이건 소통이 아니다.

세세대대에 영향을 줄 중차대한 역사(役事)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사전평가가 필수적이다. 의사결정에 앞서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사업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으며, 그만큼 갈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로버트 달이 제시한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계몽적 이해(enlightened understanding)이다. 시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려면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어떤 사안에 대한 충분한 지식은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밝히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한 사회가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려면 해당 사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 정보에 기반해서 예상되는 편익과 비용을 객관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 방식은 치명적인 흠결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4대강 사업에 관한 절대적인 정보가 부족하다. 4대강 사업에 대해 합리적이고 성찰적인 선택을 하려면 충분한 정보를 통해 계몽적 이해에 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적어도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전문가들 간의 토론과 논쟁이다. 전문가들이 경험적 연구와 논리를 바탕으로 상이한 주장의 근거를 확인하고 논쟁하는 과정이다. 이런 기본적 절차가 빠진 점을 정부는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공사를 멈추어야 한다. 전문가들의 토론회를 열어 4대강 사업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개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둘째, 시민들의 현장답사와 체험이다. 4대강 사업 대부분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어른과 어린아이들이 함께 현장에 가서 현재 강의 모습은 어떤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앞으로 강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눈으로 보고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대한민국 민주시민들은 4대강 사업이 정말로 필요한지 아닌지를 계몽적 이해에 근거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일부 시민과 교수들이 ‘333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cafe.daum.net/go4rivers) 이 기획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을 잠시 유보하고, 열린 마음으로 현장에 가서 강을 보고 느끼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333대의 버스를 후원하여 일반 시민들이 현장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장 좋은 공부는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의 공과를 역사 앞에서 정당하게 평가받고 싶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4대강 사업의 타당성을 제대로 검증받아야 한다. 자신이 진정한 소통의 대통령임을 자부한다면, 이 대통령은 333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현장을 보고 시민들과 대화를 나눠야 한다. 이런 과정을 생략한 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밀어붙인다면, 이는 소통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공정’하지도 않다.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