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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큰 부담, 먼 합의 G20 서울회의 / 전창환

등록 2010-10-26 21:19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다음달 11~12일 열리는 5차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 앞서 재무장관 회의가 의제 조율 등을 위해 열렸다. 정부나 일부 언론매체들은 정상회의 분위기를 띄우려고 홍보와 선전에 열을 올리지만 상당한 부담과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G20 금융정상회의의 역사는 일천하다. 시초는 1997년 아시아 외환·금융위기 이후 열린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약 10년 동안 G20은 재무장관 수준의 연례회의에 머물렀다. 그러다 정상회의로 격상된 계기는 2007~2008년 미국 및 전세계 금융위기였다.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절박한 금융위기 탈출의 비상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이 회의를 긴급 소집할 것을 제안하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화답함으로써 G20 금융정상회의가 개최될 수 있었다. 이후 계속되는 G20 금융정상회의는 짧게 보면 미국 및 전세계 금융위기와 밀접한 관계를 맺지만, 길게 보면 금융화(financialization)와 국제금융규제의 조율과도 연관되어 있다.

G20 금융정상회의가 전세계 금융위기 상황에서 미국 등 일부 나라(G7)가 주도해 급조한 포럼이라는 것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 G20은 상설 국제기구가 아닌 사무국도 없는 일종의 포럼일 뿐이다. 급조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20개국이 과연 정당한 기준과 절차를 통해 선정됐는가 하는 점이다. 인구와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하여 선정됐다고 하지만, 주요 7개국(G7),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소수 서방국가들이 나머지 국가들을 자기 입맛에 맞게 임의로 선정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구와 지디피 기준으로 스페인이 배제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한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배제되어 지역대표성의 반영이라는 면에서도 커다란 약점을 안고 있다. 최대 문제는 설사 회원국이 어렵게 합의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을 강제할 권한과 구속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G20이 세계경제의 주요 문제를 조정·조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정위원회가 될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하면 현재와 같은 구조는 세계경제의 다차원적 모순과 갈등을 풀기에는 너무나 취약하다.

기본적으로 선진국과 신흥시장국 사이의 갈등이다. 여기에 전세계 불균형(global imbalance)의 중심에 있는 중국과 미국(이른바 G2)의 갈등이 중첩되어 있다. 이밖에 미-중의 갈등 속에서 일종의 협공에 직면한 신흥시장국들이 있다. 특히 브라질·인도 등 일부 신흥시장국들이 G20 틀을 벗어나 취했던 일련의 독자적인 정책대응(자국 통화절상 회피를 위한 금융거래세 부과와 외환시장 개입)은 G2의 협공에 대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끝으로 전략적으로 제조업이 아닌 금융서비스업에서 부를 집중적으로 축적함으로써 세계경제를 지배하려는 미국·영국 등 금융화 주도 진영과 상당기간 제조업에서의 부의 축적에 기댈 수밖에 없는 제조업 중심국가 사이의 갈등이 있다. 2007년 전세계 금융위기는 미국과 영국이 주도한 금융화의 자기파괴적인 결과지만, 양국은 자국 및 G20에서의 전세계 금융규제의 재조정을 통해 금융화의 세계화라는 위험천만한 기획을 다시 완성하고자 한다.

몇 차례 G20 정상회의에서 제기된 의제만도 부지기수인데, 완결된 것이 많지 않다. 이전 G20 정상회의에서 제기된 의제들 중 상당수가 이번 서울 회의로 넘겨져, 합의 도출 부담이 훨씬 더 커졌다. 국제적으로 중재자의 경험이 전무한 현 정부가 곡예와 같은 중재의 묘를 보여줄 수 있을까? 4대강 사업 등에서 보여주고 있는 현 정부의 무모함이 국제정치·경제 영역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지 않을지 정말로 걱정스럽다.

전창환 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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