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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살얼음/박빙 / 우재욱

등록 2010-10-28 21:25

어떤 말이나 사물의 뜻을 명백히 밝혀 규정하는 것이 ‘정의’(定義)다. 사전은 정의 모음이라 하겠다.

‘살얼음’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얇게 살짝 언 얼음’으로 정의하고 ‘박빙’과 비슷한 말로 풀이하고 있다. 다시 ‘박빙’을 찾아보면 ‘살얼음’으로 풀이하고 있다. ‘살얼음’과 ‘박빙’은 지칭하는 대상은 같지만, 어떤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는 쓰임에 차이가 있다. ‘살얼음’은 위태위태한 상황,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을 묘사할 때, ‘박빙’은 차이가 근소함을 나타낼 때 쓰인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듯했던 그때.” 외환위기 상황을 묘사한 중앙 일간지 사설에서 잘라온 구절이다.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하다”고 하면 매우 위태위태하다는 뜻이다. 외환위기 당시 외환 보유고는 바닥이 났는데, 외채 지급 만기는 다가오는 상황에 처했다. 자칫하면 지급 유예(모라토리엄)나 채무 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신문은 이런 위기 상황을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하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이를 “박빙 위를 걷는 듯하다”고 하면 의미 전달이 이상해진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고 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는 뜻이다. 선거 개표 실황을 중계할 때 이런 표현이 많이 쓰인다. 이때도 “살얼음 승부를 펼치고 있다”고 하면 역시 딱 들어맞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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