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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 햇발] G20,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천안함’ / 김보근

등록 2010-11-04 20:51수정 2011-04-01 18:05

김보근 스페셜콘텐츠부장
김보근 스페셜콘텐츠부장
지난 10월28일 원세훈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한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은 물건너간 것이냐’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실무적·개별적 수준의 해법으로는 남북관계의 변화가 어렵다. 보다 큰 틀의 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상회담과 관련해 뭔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대규모 쌀 지원 무산과 이산가족 상봉 등 최근 남북관계가 발언 배경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와 연관성이 있는 발언으로도 읽힌다.

지금까지 남북의 물밑회담을 되짚어보면, 회담에서 중요한 합의에 이르게 될 때 남쪽 최고지도자가 이를 자신의 의사임을 확인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남한 사람들 중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거짓으로 ‘청와대의 신임’을 장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 국정원장의 발언도 시기적으로 볼 때 남북간의 그 어떤 합의사항에 대해 그것이 이명박 대통령의 뜻과 일치함을 북에 알린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G20 회의와 관련해서는 애초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악화돼 있을 경우 G20 회의를 제대로 치르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 가령 G20 정상회의 기간에 서해에서 교전이 일어난 경우를 상정해보라. 잔치는 금세 초상집 분위기가 될 것이다. 지난달 초 정부가, 8월23일부터 사흘 동안 서해 일대에서 발생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교란 발신지가 북한 개성일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서해에 포함된 인천국제공항도 이 전파교란 현상을 보고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의 위성항법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비행기가 수동으로 착륙하거나 이륙해야 한다. 그런데 세계 정상이 속속 도착하는 G20 회의 시기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대혼란과 높은 사고위험이 뒤따른다. 역시 잔치 분위기가 제대로 날 리 없다.

이런 사실들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G20 정상회의의 안정적 개최를 주제로 남북이 물밑접촉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원 국정원장의 발언을 통해, G20 회의의 최대 우려사항 중 하나였던 ‘북한 변수’가 사라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 나름의 이익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청와대로서는 20개국 정상회의를 안정적으로 개최하고 그 뒤 남북 정상회담까지 성공시킨다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다. 이는 차기 대선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이런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빼먹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천안함’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재조사가 전제되지 않으면 이 대통령의 이런 ‘꿩 먹고 알 먹고 전략’은 오히려 최대의 실패 전략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아직도 “천안함이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발사한 중어뢰에 의해 폭침당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논리를 유지한 채 어떻게 북한의 사과도 받지 않고 ‘살인자’들과 정상회담을 논의한단 말인가. 미국의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너무도 비교되는 행동이다. 그들은 억류돼 있는 자국민을 데려오기 위해 몸소 평양을 방문하기까지 했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숱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남북 정상회담 논의는 “청와대가 국민의 죽음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적 인식만 국민에게 심어줄 뿐이다.

현재 막혀 있는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남북 정상회담은 반드시 열려야 한다. 하지만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남북한이 재조사를 통해 천안함 사건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 3단체는 지난 3일 일명 ‘1번 어뢰’ 추진체의 프로펠러 구멍에서 조개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어뢰 추진체가 적어도 6개월은 바닷속에 있었던 것이라는 러시아 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내용이다. 북한도 2일 “우리 어뢰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된 게 아니라 강철합금”이라고 밝히며 천안함 관련설을 강력히 부정했다. 청와대가 천안함 재조사와 관련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김보근 스페셜콘텐츠부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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