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영 충남대 영문과 교수
교육과학기술부가 국립대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국립대 성과연봉제’를 일방 추진 중이다. 탁상공론 행정의 전형인 성과연봉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즉각 철회돼야 한다.
국립대학 교수 처우는 사립대학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고등교육 재정지원이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립대 교수들은 상당한 연구성과를 내고 있다. 다양한 연구지표가 이를 입증한다. 성과연봉제는 미흡한 재정은 늘리지 않은 채 하위 50%에 해당하는 교원의 보수를 상위 교원에게 떼어주는 상대평가식 제로섬 방식이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조차도 부작용을 우려하여 기피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제도이다.
이 제도를 다양한 학문이 공존하는 대학에 졸속 도입한다면 그 폐해는 매우 심각할 게 뻔하다.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려면 재원을 대폭 확충해, 현행 급여체계를 유지하면서 우수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플러스섬’(plus-sum) 방식이 돼야 한다. 단기적 성과평가를 갖고 교수의 급여체계를 뒤흔드는 이 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교원의 법적 지위를 위태롭게 만든다.
시장주의와 무한경쟁주의에 기반한 이 제도는 대학 공동체를 파괴할 것이다. 교수들을 획일적 기준에 따라 등수를 매기고, 동료 교수의 급여를 빼앗는 조악한 경쟁시스템은 대학 사회에 극심한 분열과 질시, 의욕상실 등을 가져온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를 봐야 하는 상대평가식 연봉제는 비윤리적이고 비교육적이다.
성과연봉제는 제한된 먹이를 두고 다투는 ‘개싸움’의 논리이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 논리는 한물갔다. 지금은 상호협력과 소통을 통한 ‘윈윈’ 전략의 시대이다. 성과연봉제는 교수들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단기 연구성과에만 집착하게 만들고 장기연구, 협동연구의 토대를 무너뜨린다. 교수들은 평가점수를 딸 수 있는 일들에만 매달리게 될 것이다. 당연히 교육은 소홀히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교과부가 성과연봉제의 목표로 내세운 대학 경쟁력의 기반이 사라진다.
평가지표의 객관성과 공정성도 문제다. 대학에는 다양한 학문이 존재한다. 같은 학과 안에도 다양한 세부 전공이 있다. 어떤 객관적 기준으로 교수들을 평가할 것인가. 교과부는 세부 평가기준은 대학에 맡긴다고 한다. 교과부가 납득할 만한 평가지표를 만들 수 없기에 대학에 책임을 미루는 것에 불과하다. 교과부는 대학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평가지표를 먼저 제시하고 연봉제를 시행해야 한다. 졸속 추진은 안 된다.
의견수렴과 정책결정 과정의 비민주성이 문제이다. 60%가 넘는 국립대 교수가 반대 서명을 했다. 교수들의 몇 번에 걸친 대화 요청조차 교과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 이 제도는 ‘불통’ 교육행정의 전형이다. 교과부와 행정안전부 관료들은 행안부 누리집에 교수들이 올린 수많은 의견을 숙독해 주길 당부한다.
교과부는 이 제도를 밀어붙이는 논리로 예의 ‘철밥통’을 내세운다. 대학이라고 경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경쟁 이데올로기는 대학에 세심하게 적용해야 한다. 만약 교과부의 지적대로 (특히 정년 보장 후) 연구를 등한시하는 교수들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대응책을 세우면 된다. 정년 보장 뒤에도 지금처럼 자동으로 호봉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승급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성과연봉제는 대학의 부분적인 문제를 침소봉대한 잘못된 대응책이다.
끝으로 한마디. ‘개싸움’식 성과연봉제가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 교과부, 행안부 등 모든 부처 직원과 장관들부터 먼저 시행해서 선례를 보여주면 좋겠다. 개싸움을 열심히 해서 옆 동료의 월급을 빼앗아 오면 조직 경쟁력이 높아지는지 실험해 보라. 결과가 좋다면 성과연봉제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간곡히 당부한다.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윤리와 품격을 지키게 좀 해 달라. 오길영 충남대 영문과 교수
끝으로 한마디. ‘개싸움’식 성과연봉제가 그렇게 좋은 제도라면 교과부, 행안부 등 모든 부처 직원과 장관들부터 먼저 시행해서 선례를 보여주면 좋겠다. 개싸움을 열심히 해서 옆 동료의 월급을 빼앗아 오면 조직 경쟁력이 높아지는지 실험해 보라. 결과가 좋다면 성과연봉제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간곡히 당부한다.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윤리와 품격을 지키게 좀 해 달라. 오길영 충남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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