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기고] 북한은 왜 그랬을까? / 정욱식

등록 2010-11-24 20:53수정 2010-11-25 08:30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북한이 남한의 영토인 연평도를 공격했다. 북한은 자신의 잇따른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남한이 호국훈련을 강행한 것을 문제삼지만, 북한이 한국군이나 한미연합군의 합동훈련을 비난해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전까지 북한이 취한 방식은 비난성명 발표, 훈련 중지 요구, 해안포나 미사일 발사 훈련 같은 ‘저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한의 영토 공격을 감행하는 ‘고강도’의 선택을 했다.

북한군은 주장했다. 남한군이 “연평도 일대의 우리측 영해에 포사격을 가하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고, 남한군 함정들이 “우리측 영해에 빈번히 침범하면서 날강도적인 북방한계선을 고수”하려고 했다고. 이 역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북한은 남한이 영해선으로 간주해온 북방한계선(NLL)을 “유령선”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이 선포한 해상군사분계선을 사수하겠다고 말했었다. 그 방식은 새로운 해상분계선 설정 협상 제의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북방한계선 월선과 해안포 및 지대함미사일 사격훈련과 같은 군사적 긴장 조성 행위를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양상이 달랐다. 북한은 “즉시적이고 강력한 물리적 타격으로 대응하는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취하였다.” 그것도 연평도에 있는 산 이남의 남쪽 부대와 마을까지 공격했다. 왜 그랬을까?

원인과 의도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인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한반도 정전상태의 지속, 북방한계선을 둘러싼 갈등과 이로 인한 서해상의 긴장 고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 등은 이번 사태의 ‘배경적 원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북한에서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군사모험주의가 부상한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3대 세습’에 나서고 ‘2012년 강성대국론’을 선포한 북한은 경제발전에 매진하기 위해 평화적 환경 조성을 대외정책의 최대 목표로 내세웠다. 6자회담 재개에 한층 유연한 자세를 보였고, 남북관계 개선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시도는 번번이 무산되었다. 한·미 양국은 6자회담 재개에 까다로운 조건을 계속 내걸었고,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대규모 식량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를 일축했다. 이는 결국 유연한 대외정책을 주도한 북한 온건파들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낳았을 것이고, 이에 따라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득세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연평도 공격은 우발적이라기보다는 계획된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공격 의도는 무엇일까?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 전환과 평화체제 구축 논의의 시급성을 겨냥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고강도의 도발을 통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모르지는 않을 터이다. 오히려 북한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인 파탄과 전쟁 위기를 각오하면서까지 ‘이명박 정부에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작심했을 공산이 크다. 이는 북한에서 이명박 정부에 더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강경파가 득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위의 분석과 연결된다.

북한의 공격 원인과 의도가 어디에 있든, 사태의 파장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공동의 적’을 재확인한 한·미 양국은 오는 28일부터 서해에서 핵항모 조지워싱턴호까지 동원해 대규모 무력시위에 나설 태세이다. 민간 차원의 남북관계도 꽁꽁 얼어붙고 있고, 남북관계 악화 속에 6자회담 재개 가능성도 더욱 희박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는 ‘북한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한국과 국제사회가 더욱 절실히 떠안게 되었다. 북한의 호전성이 입증된 만큼 더욱 강경한 대북정책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지금보다는 나았다고 할 수 있는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 이것도 아니면 제3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