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열릴 예정이다 / 우재욱

등록 2010-11-25 21:32

“나는 서울에 갈 예정이다.” 이 문장의 통사구조를 분석해보면 조금 헷갈린다. 주어 ‘나는’을 받는 동사는 ‘갈’인데 ‘예정이다’의 주어가 없다. ‘명사+이다’로 끝난 문장을 흔히 명사문이라고 하는데, 예시한 문장은 명사문도 아니다. ‘갈 예정이다’가 술부인데 이를 ‘용언+보조용언’으로 분석할 수도 없다. 우리 문법 체계에서 보조용언은 보조동사와 보조형용사뿐이므로 서술격 조사 ‘이다’가 보조용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사구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YS가 주재하는 동교동계-상도동계 만찬 회동이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릴 예정이다.” 중앙 일간지 기사의 한 구절이다.

‘-ㄹ 예정이다’는 우리말에서 매우 흔히 쓰이는 어형이다. ‘예정이다’ 대신에 ‘작정이다, 계획이다, 전망이다, 것이다’ 등도 쓰인다. 이 중에서 ‘예정이다, 작정이다, 계획이다’는 행위 주체의 의지가 실려 있는 말이다. 따라서 피동형 뒤에 이런 말을 쓰면 어색하다. ‘예정이다’의 주어는 사람이나 단체가 되어야 반듯하다. 이를 피동으로 하면 사람이 아닌 ‘회동’이라는 무정명사가 주어가 되어 스스로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려야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꼴이 된다. 일반화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굳이 따져보면 깔끔한 표현은 아니다. 주어를 설정하기가 어려워 피동형으로 하겠다면 행위 주체의 의지가 실려 있는 말은 피하고, ‘열릴 전망이다’, ‘열릴 것으로 보인다’ 또는 현재형으로 미래를 나타내는 ‘열린다’로 하는 것이 좋겠다.

우재욱/시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