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낱말이 줄지 않은 본디 음절의 말을 ‘본말’ 또는 ‘본딧말’이라 한다. 본딧말이 원줄기라면 준말은 가지라고 하겠다. 그러나 표준어 규정 제14항은 “준말이 널리 쓰이고 본말이 잘 쓰이지 않는 경우에는, 준말만을 표준어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예로 ‘귀찮다’는 ‘귀치 않다’의 준말이지만 준말만을 인정하고 본말인 ‘귀치 않다’는 인정하지 않는다. ‘온가지/온갖, 소리개/솔개, 장사아치/장사치’ 따위에서도 본딧말은 표준어가 되지 못한다.
“‘이것이 리그의 전통이다’는 말까지 덧붙여 요미우리의 심기를 건들었다.”
중앙 일간지 기사 중의 한 구절이다. ‘건들다’는 ‘건드리다’의 준말이다. 두 말은 함께 표준어로 인정된다. 그런데 준말은 활용에 제약이 있다. 준말을 활용할 때 모음 어미가 연결되면 준말의 활용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표준어 규정 제16항에 명시되어 있다. 위의 예문에서 준말 ‘건들다’의 어간 ‘건들’에 모음 어미인 ‘었다’가 연결될 수 없으므로 ‘건들었다’는 잘못이다. 이때는 본딧말인 ‘건드리다’의 어간 ‘건드리’에 ‘었다’를 연결하여 ‘건드리었다/건드렸다’로 해야 한다.
‘디디다/딛다, 가지다/갖다, 머무르다/머물다, 서두르다/서둘다, 서투르다/서툴다’ 등도 마찬가지다. 자음 어미가 연결된 ‘딛고, 갖고, 머물고, 서둘고, 서툴고’는 인정되지만, 모음 어미가 연결된 ‘딛어, 갖어, 머물어, 서둘어, 서툴어’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때도 본딧말로 돌아가 ‘디뎌, 가져, 머물러, 서둘러, 서툴러’로 활용해야 한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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