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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12바늘을 꿰맸다 / 우재욱

등록 2010-12-09 18:16

의존명사 중에 ‘단위명사’라는 것이 있다. 수효나 분량 등의 단위를 나타내는 의존명사를 이른다. ‘돼지고기 한 근, 두부 한 모, 사과 한 접’에서 ‘근, 모, 접’이 단위명사다. 단위명사는 매우 다양하다. 일반명사라도 무엇을 세는 단위로 쓰일 수 있으면 단위명사가 될 수 있다. ‘상자, 병, 가마니’ 등도 단위명사가 될 수 있다.

곡식의 분량을 나타내는 단위명사로 ‘말, 되, 홉, 작’ 등이 있고 연탄의 수량을 나타내는 ‘장’이 있다. 길고 가느다란 물건이 한 줌에 들어올 만한 양을 ‘모숨’, 조기를 한 줄에 열 마리씩 두 줄로 엮은 것을 ‘두름’, 북어 스무 마리를 ‘쾌’라고 한다. 신발에는 ‘켤레’, 직물 두루마리에는 ‘필’, 과일에는 ‘접’이 쓰인다. 외래어인 미터/킬로미터, 그램/킬로그램, 리터/데시리터, 아르/헥타르 등도 우리가 일상으로 쓰는 단위명사다. 단위명사를 정확하게 사용하면 말맛이 살아난다. 연탄을 ‘한 개’라고 해도 통하지만 ‘한 장’이라고 하면 말이 착 달라붙는 느낌을 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6일 농구 시합 중 상대 선수의 팔꿈치에 입술을 부딪혀 12바늘을 꿰맸다.” 중앙 일간지 기사의 한 구절이다.

상처를 꿰맨 단위로 ‘바늘’을 썼다. 실을 꿴 바늘로 한 번 뜬 자국을 ‘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12땀을 꿰맸다’고 해도 괜찮을 법하다. 사전은 이런 뜻의 ‘바늘’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언중은 상처를 꿰맨 단위로 ‘땀’을 쓰지 않고 ‘바늘’로 통일해 쓰고 있다. 사전이 ‘바늘’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우재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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