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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3차 세계대전의 불길한 조짐들

등록 2010-12-12 19:30수정 2010-12-13 17:04

허신행 전 농림부 장관/ 한몸사회포럼 대표
허신행 전 농림부 장관/ 한몸사회포럼 대표
사자와 개미에 이르기까지 동물세계의 싸움은 생존을 위한 영역 다툼에서 벌어진다. 인간세계의 숱한 전쟁 역시 근원적으로는 생존을 위한 영역 다툼에서 비롯됐다. 원시시대의 씨족·부족 간 싸움이 그렇고, 농경시대 군주국 간의 모든 전쟁이 결국 영토 확장을 위해서였다.

산업시대 제1차 세계대전(1914~18)은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 발전에 힘입었던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의 시장 확장을 위한 식민지 확보 및 세력권 넓히기의 영역 다툼으로 일어난 혈투였다. 제2차 세계대전(1939~45) 역시 1929~33년 세계 경제 대공황의 늪을 벗어나려는 영국·프랑스·미국 등의 블록화와 자본주의 국가로서의 기초가 약했던 독일·이탈리아·일본 등의 새로운 시장개척 활로 모색이라는 이해관계가 충돌해 일어난 살육전이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단순한 경제적 위기가 아니었다. 백년 이상 자본주의 경제번영을 구가해온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쇠락과 중국 등 신흥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세가 충돌하는 지각변동의 서곡이었다.

일차 충돌 조짐은 자원 확보전이다. 중국이 자원을 확보하려고 중동과 중남미는 물론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진출한 것은 오래전이다. 중국의 자원외교에 위기의식을 느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자원 확보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1990년대 이후 미국, 러시아, 중국과 인도 등이 카스피해의 석유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송유관 건설을 놓고 경쟁하는 새로운 ‘그레이트게임’으로부터 최근 희토류 무기화까지 이어진다.

이차 충돌 조짐은 센카쿠열도와 쿠릴열도 등의 영토분쟁이다. 2010년 9월 초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충돌한 중국 어선 선장을 석방시키고자 중국이 취한 일본인 여행 중단, 희토류 금수, 일본인 4명 체포 등의 강경외교에 일본이 백기를 들었다. 중국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다. 11월1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는 처음 쿠릴열도를 전격 방문한 것 역시 러·일 영토분쟁에서 ‘타협의 여지가 없다’는 표현이다. 이런 영토분쟁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다.

삼차 충돌 조짐은 환율전쟁이다. 국내총생산의 5%가 넘는 엄청난 무역적자와 2조달러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이 수출을 늘리려고 무역흑자가 누적된 중국에 위안화를 20~40% 절상하라고 압력을 가한다. 이에 “중국 사회의 안정이 흔들리고 세계에도 재난이 될 것”이라고 맞받아치는 원자바오 총리의 서릿발 같은 눈초리에서 한판의 거대한 시장 쟁탈전을 보게 된다.

사차 충돌 조짐은 미·중의 패권 싸움이다. 중국은 이미 러시아는 물론 인도와 합동군사훈련을 통해 ‘항미(抗美) 삼각동맹’ 구축작업을 가속화하는 한편,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과 상하이 협력기구(SCO)를 창설해, 외연을 넓히고 있다. 최근엔 중국이 북한과 급속하게 밀착되고, 한국전쟁에 대해 ‘중국군 참전은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 못박으면서 울타리를 공고히 한다.

미국은 인도·파키스탄·베트남·인도네시아 끌어안기에 안간 힘을 쏟는 한편, 일본·필리핀·한국·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 동맹국과의 연대성을 강화한다. 동시에 뉴질랜드·말레이시아·베트남·브루나이·싱가포르·오스트레일리아·칠레·페루 등 9개국의 환태평양 파트너십 협정(TPP) 등으로 중국을 포위한다.


미·중의 패권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과 조지워싱턴 항모가 출동한 서해안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쏠린 긴장이 아니어도 미국이 앞으로 5년 이내에 수출을 배로 늘려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하는 한 이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중국이 민주화와 도농 이중구조 등으로 붕괴되지 않고 맞서는 한 전쟁은 불가피해질지도 모른다. 연합된 중·러와 미·일의 거대한 지각세력이 한반도에서 충돌하게 되는 불길한 조짐들을 예의 주시하면서 우리는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허신행 전 농림부 장관 한몸사회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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