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한반도가 동강난 것은 60여년 전이다. 그러나 한반도 분단의 개념은 훨씬 뿌리가 깊다. 1592년 임진왜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란 이듬해 조선의 요청으로 출병한 명나라와 일본의 강화협상에서 경기, 충청, 경상, 전라 4도의 분할론이 등장한다.
한반도 분할론은 300년 뒤 다시 나타난다. 구한말 한반도에서 각축을 벌이던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대동강-원산 선의 분할이 논의된다. 그로부터 40여년 뒤 주변 열강의 협상 카드로 등장했던 한반도 분할은 실제로 이루어진다. 이처럼 주변 열강의 세력 균형점에 위치한 한반도의 미묘한 지정학적 위치를 잘 설명해주는 역사적 사례가 또 있을까?
최근 한-일 군사협력론이 제기되고 있다. 애초 발원지는 한반도 분할에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일본이다. 일본이 한국과 군사협력을 포함한 협력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공동선언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요미우리신문> 3일치) 요미우리는 지난해 이맘때쯤에도 같은 보도를 한 바 있다. 한국 정부의 “사실무근”이라는 공식 부인에도 잇따라 이런 보도가 나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일 군사교류 자체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조금씩 진전되어 왔다. 양국 국방장관과 차관 회담이 정례화했고, 해상 수색·구조 훈련을 함께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2009년 한-일 국방교류에 대한 의향서 체결, 양국 장교들의 상대국 훈련 참관 등이 잇따라 추진됐다. 오는 10~11일 국방장관회담에서는 정보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이 논의될 예정이다.
한-일 군사협력은 미국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마이클 멀린 미 합참의장은 지난달 일본의 한-미 합동군사훈련 참여를 공개적으로 희망했다. 한-미, 미-일 양자동맹 체제를 넘어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를 확립하려는 것은 잘 알려진 미국의 전략적 구상이다. 한-일 군사협력은 이런 구상을 위한 기본 전제이다.
문제는 이 구도가 무엇보다 중국과 북한의 반발을 부른다는 점이다. 한반도의 안정을 뒤흔들 가능성도 크다. 실제 최근 한-일 군사협력 강화와 남북간 군사적 긴장 고조는 비슷한 시기에 일어나고 있다. 이를 우연이라고 해야 할까? 남북 대립이 격화하면서 외국의 군사적 협력 또는 지원 필요성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순서 아닐까? 최근 한국과 중국의 외교적 마찰이 잦아지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국이 이런 대립과 긴장 구도에 뛰어들어 얻을 전략적 이익은 거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유난히 통일을 많이 이야기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끄집어냈고, 지난달 말레이시아 방문길에선 “통일이 가까이 오고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통일 대비’를 올해 3대 대북정책 목표 중 하나로 꼽았다.
섣부른 한-일 군사협력 강화는 정부가 오매불망 얘기하는 통일에도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독일 통일이 주변국, 특히 소련의 동의 아래 이뤄진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이 자국에 적대적인 통일 한국을 앉아서 받아들일까?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이해관계는 6·25 전쟁 개입으로 표현한 바 있다. 실제 저우언라이 전 총리는 1958년 북-중 관계를 “순망치한”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이런 입장은 역사적 연원이 깊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관료 여곤과 장보지는 조선을 ‘명나라의 울타리’라며 출병을 주장했다. 구한말 청나라는 일본 견제를 위해 조선의 주권을 인정해왔던 관례를 깨고 조선에 대한 직접 통제를 시도한 바 있다. 한반도를 만주와 베이징의 일차적 방어선으로 인식한 것이다. 북한이 5일 남북간 대화를 제안해왔다. 받아들여야 한다. 긴장이 줄면 남북의 군사적 대외의존(또는 협력)도 줄일 수 있다. 주변국과의 갈등도 준다. 이는 다시 남북관계를 촉진한다. 선순환 구조다. 통일은 그때 자연스럽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아직 늦지 않았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이해관계는 6·25 전쟁 개입으로 표현한 바 있다. 실제 저우언라이 전 총리는 1958년 북-중 관계를 “순망치한”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이런 입장은 역사적 연원이 깊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의 관료 여곤과 장보지는 조선을 ‘명나라의 울타리’라며 출병을 주장했다. 구한말 청나라는 일본 견제를 위해 조선의 주권을 인정해왔던 관례를 깨고 조선에 대한 직접 통제를 시도한 바 있다. 한반도를 만주와 베이징의 일차적 방어선으로 인식한 것이다. 북한이 5일 남북간 대화를 제안해왔다. 받아들여야 한다. 긴장이 줄면 남북의 군사적 대외의존(또는 협력)도 줄일 수 있다. 주변국과의 갈등도 준다. 이는 다시 남북관계를 촉진한다. 선순환 구조다. 통일은 그때 자연스럽게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아직 늦지 않았다. 박병수 모바일 에디터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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