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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남북한, 만나서 총 대신 말로 싸워라 / 김재홍

등록 2011-01-10 20:52

김재홍 경기대 교수·민포럼 정책위원장 겸 대변인
김재홍 경기대 교수·민포럼 정책위원장 겸 대변인
북한이 새해 벽두 여러 형식을 빌려 무조건 남북간 회담을 하자고 제의했다. 신년사, 정당·사회단체 연합성명,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 등을 통해 당국이든 민간이든 회담을 하자고 나섰다. 남쪽 정부로서는 북쪽의 갑작스런 남북대화 총공세에 얼떨떨한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군사적 긴장과 국민 불안이 한달 반 동안 지속된 것이 바로 지난주까지의 일 아닌가.

그러나 정부는 두가지 원칙 아래서 신속하게 대응 방침을 결정해야 한다. 첫째는 책임있는 당국으로서의 판단이다. 그리고 둘째로 민간 전문가들과 국민의 여론을 균형있게 청취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는 두말없이 남북회담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유감이 많아도 만나서 논쟁해야 한다. 말로 싸우는 대화의 장을 열어젖혀야 총으로 싸우는 평화위기를 막을 수 있다. 2009년의 대청해전, 2010년의 천안함 폭침 의혹에 이어 연평도 피폭 등의 국지전 사태는 무엇보다도 남북대화와 교류 단절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믿을만한 민간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부분 여기에 모아진다.

국회의장, 국무총리, 국회의원을 지낸 야권 원로들이 발족시킨 ‘민주평화복지포럼’(민포럼)은 지난 5일 한반도평화에 관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이후 북한에 의한 미사일 실험발사와 2차 핵실험, 우라늄 농축과 연평도 포격 등 악재가 그치지 않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5·24 담화 이후 남북간 교류 중단과 무력충돌은 한반도 안보상황을 매우 불안한 국면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쪽 정세에 관한 한 가장 권위있는 분석가라 할 수 있는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 자리에서 “남북대화의 단절로 상대방의 군사행동이 훈련인지 공격준비인지도 구분할 수 없게 됐다”며 “함포사격도 경고사격인지 조준사격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서 사소한 충돌도 국지전으로 비화할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미 지난 연말 6자회담 재개를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오는 19일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워싱턴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여기서 최소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재개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다자간 회담이지만 남북 대표 만남이 머지않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과 6자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되는데도 남북 직접대화가 열리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우리의 운명을 남에게 맡겨놓는 꼴이 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6자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미국에 대한 외교공세가 전개될 것이다. 한국이 일본과 군사협력협정을 추진한다면 남북한의 공동이익은 그만큼 훼손될 수밖에 없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이 대통령의 6자회담 수용 발언은 미국과 중국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며 “남북관계의 단절로 인하여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주도권이 실종된 채 외세인 미·중 양국이 우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남북 당국은 깊이 성찰하면서 분단시기의 동서독이 했던 것처럼 지혜롭게 대처해야 한다. 이 대통령과 북쪽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른 시일 안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 핵문제는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6자회담에 맡기고 우선 민족공동체의 동반번영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남북대결을 기화로 한반도 주변이 미국과 중국의 세력대결장이 돼가고 있다. 여기서 남쪽은 미국·일본과 연대하고 북쪽은 중국에 기대어 대립을 격화시킨다면 한반도는 분단 고착화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스스로 열강 구조 속에 갇히는 운명을 자초해서야 되겠는가.

김재홍 경기대 교수·민포럼 정책위원장 겸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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