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호 국제부문 기자
이명박 정부는 6자회담과 남북대화를 연계해 왔다. 연평도 도발 이후 이는 ‘선 남북대화, 후 6자회담’으로 굳어졌다. 한·미 사이에 이견이 들어설 틈은 없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해 12월20일 한국군의 연평도 포사격훈련 강행에 대응해 추가도발을 자제하고 미·중이 워싱턴 정상회담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나타났다. 미·중 모두 전쟁 발발의 위험성 앞에서 동맹의 이익 못지않게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는 시급한 과제였다.
톰 도닐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문제가 안보분야 중 ‘최고 의제’라고 밝혔듯이, 미·중은 정상회담에서 협력 틀을 복원하고 국면전환의 ‘출구’를 모색했다. 특히 중국이 적극적 중재역할로 북한을 움직이고, 미국이 이를 높이 평가하면서 방향은 6자회담 재개 등 대화 쪽으로 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6자회담 재개를 언급했다. 새해 들어 북한도 연거푸 남북대화를 제의한 건 이런 흐름에서 나온 것이다. 미·중에 등이 떠밀린 것일 수 있지만 남북이 서로 한발씩 물러선 또는 다가선 모양새다.
이제 미·중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대화와 6자회담의 문을 열려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이 적절히 지적한 것처럼 “미·중은 새로운 균형을 추구했다. 그것은 적도 친구도 아닌 불안한 균형이다.” ‘불안한 균형’은 한반도 문제에서도 확인된다.
공동성명은 두가지 점이 긍정적이다. 성명은 ‘한반도의 긴장을 초래한 최근의 사태에 대한 우려’라는 ‘중립적’인 표현을 썼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추가적 도발을 피해야 한다’는 데 미·중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담지 않았다. 중국에 대한 배려다. 이를 바탕으로 두 정상은 ‘진지하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적인 조처’라는 데 합의했다. 남북 대결이 미·중 갈등으로, 미·중 갈등이 남북 대결을 악화시키는 위기의 연쇄고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일치된 인식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에 대한 ‘공동의 우려’다. 중국은 미국의 우려에 동의하는 대신, 미국은 중국이 요구한 ‘6자회담 프로세스의 조속한 재개’에 동의했다. 양국의 이해를 적절히 반영해 절충한 결론인 셈이다.
남북대화와 북핵을 둘러싼 이견과 갈등은 감춰져 있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유감을 표명해아 한다고 못박고 있다. 남북이 국방장관 회담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지만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천안함 사건만 봐도 북은 남쪽의 ‘날조 자작극’으로 주장하고 있다. ‘선 남북대화, 후 6자회담’ 구도가 동시병행 구도로 가고,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한다’에서 회담을 한다는 쪽으로 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남북대화를 ‘필수적인 조처’로 합의한 이상 6자회담이 남북대화의 볼모가 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에 대한 ‘미·중의 우려’도 동상이몽일 수 있다. 미·중은 공동성명에서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을 5차례나 언급했다. 9·19 공동성명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도록 돼 있다.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은 이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포기 대상이다. 그러나 한·미도 합의한 이 성명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여타 당사국은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하였다”고 돼 있다. 북한도 우라늄 농축이 평화적 이용의 범위 안에 있는 한 존중받아야 할 권리라고 주장할 근거가 있다. 중국의 우려가 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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