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지역부문 기자
지난 주말, 낙동강에서 준설선이 가라앉았다. 사고 시간이 새벽 2시다. 어둠 속, 꽁꽁 얼어붙은 강에서 모래를 퍼올리다가 배가 균형을 잃고 강바닥으로 침몰했다. 다행히 배가 서서히 가라앉는 동안 작업을 하던 노동자 7명은 무사히 빠져나왔다. 짐작하겠지만, 새벽에 준설을 하는 공사판은 4대강 사업 현장이다.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국토해양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사고 당일 보도자료를 내, ‘선장의 운전 조작 미숙’이 사고 원인이라고 밝혔다. 배가 가라앉은 이유를 알아내기가 그처럼 간단하지 않을 텐데, 이례적으로 잽싸게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발표했다. 한겨울 밤샘작업, 낡은 준설선 등 온갖 변수를 미뤄두고 선장이 서툴러서 배가 가라앉았단다. 따져볼 일이다.
환경운동단체들은 펄쩍 뛰었다. 사고의 근본 원인은 “얼어붙은 강으로 노동자들을 내몰아 얼음을 깨부숴가며 공사를 강행한 탓”이라고 했다. 당국은 언론은 물론이고 경남도청 환경국장과 도의원들에게조차 사고 현장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고 수습이 우선이라는 이유를 댄다.
이 소식을 듣고, 까맣게 잊고 있던 숙제를 기억해낸 듯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 맞다! 4대강!’
두 달 가까이 온 나라가 구제역과 싸우는 동안에도 그곳에서는 밤도 잊은 채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준설선은 연일 밤샘작업 중이다. 계획된 양만큼 모래를 퍼내려면 밤에도 쉴 수 없다. 콘크리트 타설도 한창이다. 영하의 날씨에 콘크리트 품질을 유지하려고, 구조물 주변에 천막을 두르고 스팀을 틀어대는 수고와 비용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고된 노동에다 넉넉하게 세금을 들인 덕분에 4대강 사업 공정률은 5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보 공사는 70%쯤 끝냈다.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이 얼만데 중단하느냐”는 목소리에 갈수록 힘이 실린다. 그렇다면, 4대강 반대 목소리는 밀려 잦아들었는가?
‘4대강’ 때문에 잠 못 드는 이들은 두 부류다. 현장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강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이들이 있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이원영 수원대 교수가 우리 강을 걱정하는 이들의 최근 소식을 챙겨 메일로 전했다.
서울 지하철 강남역 6번 출구에서 매일 저녁 4대강 반대 서명을 받는 무리가 있다. 추위 탓에 서명을 하는 사람들이 없어도 4대강 사업의 실상을 담은 전시는 계속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리려고 2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킨다. 서울 종로 조계사에 4대강 전용 전시공간이 생겼다. 투명한 컨테이너다. 요즘은 지율 스님이 발품 팔아 찍은 경천대 사진과 영상을 걸고 있다. 이상엽 사진작가와 만화가들의 전시도 대기중이다. 지난 주말에는 대학생 20여명이 낙동강을 찾아 회룡포와 내성천, 해평습지를 다녀갔다. ‘333답사’ 참가자들이다. ‘버스 333대에 30명씩 태우고 1만명이 우리 강을 걸어보자’는 이 운동에는 지금까지 4600명이 함께했다.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 4대강 반대 집회와 문화공연이 잇따랐고, ‘생명의 강을 살리자’는 종교인들의 간절한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가 잠든 사이, 혹은 애써 눈감고 지내는 동안 낙동강·한강·금강·영산강은 ‘삽질’로 죽어가고 있다. 감사하게도 강을 살리려는 몸부림 또한 멈추지 않는다. 모래톱과 여울이 있는 우리의 강을 기억한다면, 가슴에 꼭꼭 여미어 담아두자. 그 강을, 머지않아 마음 모아 다시 살려내야 하니까. 지난 24일 우리 강을 아끼는 국민들이 4대강 사업 반대를 넘어 ‘4대강 되찾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박주희 지역부문 기자 hope@hani.co.kr
박주희 지역부문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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