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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교육자치를 지켜주세요 / 성기선

등록 2011-01-26 19:11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님! 교육의 최고 정책결정권자로서 피곤한 일상이지만, 지금 제기하는 문제는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하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최근 경기교육청과 강원교육청에서 각각 3개 시(안산·광명·의정부, 강릉·원주·춘천)를 평준화 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교과부에서는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교과부가 내놓는 평준화 지정을 위한 전제조건을 보면, 학교군 확정, 학생 배정 방법 결정, 비선호 학교 해소대책, 학교간 교육격차 해소방안, 우수학생 유출 방지, 과대학교·과밀학급 해소방안 등입니다. 그리고 학생, 학부모, 교사, 여론 선도층의 여론조사 결과가 3분의 2 이상 찬성할 때 재검토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나씩 왜 문제가 되지 않는지 제시하겠습니다.

첫째, 학교군 확정과 학생 배정 방법입니다. 물론 연구보고서에는 동일학군으로 하고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고려해서 세 학교까지 선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을 1안으로 올렸습니다. 아울러 학교군 확정과 배정 방법은 초중등교육법 제77조 2항에 규정된 교과부령 개정 이후, 동 시행령 제84조 2항에 의거해 도의회 교육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타 시·도의 사례에서도 먼저 교과부가 법령을 개정해주고 이후 도의회에서 구체적인 학군과 학생 배정 방법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현행법을 지키면 반드시 이 순서를 밟아야 하는데 이를 문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둘째, 비선호 학교 해소대책과 학교간 교육격차 해소방안입니다. 6개 지역 중에서 비선호 학교가 3~4개 정도 있습니다. 너무 멀거나 인지도가 낮은 학교가 비선호 학교라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교과부에서 그중 한 학교는 자율형공립학교로 지정해 여러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학교는 거리상 너무 멀어 평준화 예외지역으로 지정하는 특수지고등학교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셋째, 우수학생 유출 방지 문제는 장관님도 잘 아시다시피 특수유형의 학교, 이를테면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 국제고 등으로 보완되고 있습니다. 70년대 평준화 도입 이전보다 더 많은 선발형 학교가 있습니다. 평준화 체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장치들이라고 본다면 이 문제 역시 걸림돌이 될 수 없습니다.

넷째, 과대학교·과밀학급 해소방안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안산시에서는 한 학교가 학년당 17~18학급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엄청난 규모의 학생수입니다. 이를 해소하려고 교육청에서는 학교 신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과부도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동참해야 합니다. 이건 고교 입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협심하여 해결해야 하는 교육 인프라 구축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론수렴의 문제입니다. 강원도의 경우 세 도시(강릉·원주·춘천)에서 2만5000명에 해당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 교육위원, 동창회를 대상으로 표집한 조사를 해 찬성률 70%를 얻었습니다. 경기도 역시 3번 조사해 70% 넘는 찬성률을 보였습니다. 이 이상 어떤 조사를 더 해야 합니까?

평준화를 도입한 그 어떤 지역에서도 이런 전제조건을 달고 교과부가 거부한 사례가 없습니다. 초·중등교육을 지역교육청에 이관해 교육의 지방자치 정신을 구현한다는 교과부의 취지가 심각히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선진국은 12년 고등학교 교육까지를 무상으로 실시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절반 이상의 학교와 학생이 평준화 정책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장관님 개인적 신념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나라 국가교육체제의 큰 틀은 고교 진학 때 경쟁선발을 통해서 서열화하고 차등화하는 구태를 뛰어넘어 보통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교복으로 어린 학생들을 실패자로 낙인찍고 문제풀이식 입시교육을 강화해서는 미래사회가 요청하는 교육을 할 수 없습니다. 학교교육의 선진화를 위해서 결단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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