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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미 의회의 한미FTA 공청회에서 / 이해영

등록 2011-01-30 20:22수정 2011-02-15 14:45

이혜영 한신대 교수
이혜영 한신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지난 1월25일 오전 10시 미국 하원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첫번째 공청회가 개최됐다.

미국 의원회관은 의사당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자리잡고 있다. 대리석의 웅장한 3동 건물 중 하나에 세입세출위원회와 관련 시설이 있다. 까다로운 보안검색을 통과해 입장하자 자뭇 고풍스러운, 그리고 천장이 매우 높은 공간에, 조금 높이 2단으로 배열된 단상이 있고 그 위에 세입세출위 소속 의원들이 앉아 있다. 36명 위원 가운데 빈자리는 서넛밖에 없다. 한복판에 공화당 소속 데이브 캠프 위원장이, 그 오른쪽에 전 위원장인 민주당 소속의 샌더 레빈 의원이 보인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를 거둬서, 세입세출위의 판도도 대폭 바뀌었다. 과반수를 공화당 소속 의원이 차지했고, 산하 무역소위도 마찬가지다.

증인으로 다섯명이 출석했다. 각기 제조업, 농업, 특송, 보험, 자동차 산업을 대표해 나왔다. 세입세출위를 공화당이 장악한 상황이고, 민주당은 한-미 협정에 어정쩡한 입장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목소리는 사실 정해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문회가 찬성 일색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찬성파만 와서 발언하니 찬성 목소리만 들리는 것이다. 한-미 협정에 반대 의견인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이나 섬유, 의류노조는 증인으로 초청받지 못했다. 다른 목소리는 차라리 딴 데서 들린다. 이번 청문회는 한-미 에프티에이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콜롬비아, 파나마 그리고 한국과의 에프티에이와 미국 일자리 창출에 대한 청문회’가 정식 이름이다. 공화당의 속셈은 한-미 협정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협정을 한데 묶어 통과시켜야 한다는 데 있다.

공화당 소속 하원 무역소위 위원장은 사전 배포된 성명서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한-미 에프티에이와 관련된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과 활동을 환영한다. 콜롬비아, 파나마 에프티에이에 대해서도 그와 똑같은 대통령의 노력과 활동이 필요하다. 그것도 지금.”

한-미 협정뿐만 아니라 나머지 2개의 에프티에이 역시 오바마 대통령의 수출드라이브, 곧 2014년까지 수출을 두배 늘려 일자리 200만개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콜롬비아, 파나마 에프티에이는 일종의 계륵이다. 특히 콜롬비아 에프티에이가 그렇다. 왜냐하면 노조 지도자들에 대한 극우 테러를 이유로 노조가 강력히 반대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선뜻 나서 지지할 수는 없다.

콜롬비아 에프티에이는 좌파 도미노 현상에 맞서 과거 조지 부시 정부의 중남미 전략의 일환으로 강력히 추진한 정책이다. 그래서 이를 두고 민주, 공화 양당 사이에 어떤 정치적 협상이 되는가에 한-미 에프티에이의 향후 일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요구에 대해 25일 밤 연두 국정연설에서 오바마가 던진 답은 이렇다. “지난달 우리는 적어도 7만개의 일자리를 떠받쳐줄 한-미 에프티에이를 최종 타결했다. 이 협정은 업계와 노동계,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로부터 전례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 나는 의회가 가능한 한 빨리 이 협정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청한다.” 그는 콜롬비아, 파나마 에프티에이 동시처리에 대한 공화당의 요청에 대해 명시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현재 다른 조건이 불변이라면, 한-미 에프티에이는 올 상반기 가부간 처리가 된다. 부결되면 재상정이 불가능하므로 상황은 종료된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재협상을 통해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인 자동차노조를 지지로 돌려세우는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이는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한 당선 이전까지 자신의 소신을 ‘배신’한 결과이다.


그리고 오바마의 미국판 수출입국, 일자리 창출의 전망이 실현 가능하고 또 바람직한 것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제국의 심장, 3시간 반 동안 앉아서 내가 목격한 것은 약자는 고사하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조차 잊어버린 그저 벌거벗은 국익의 논리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당연 미국의 일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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