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칠
서용칠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
연세대 환경공학부 교수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약 80%는 쓰레기에서 얻은 폐기물에너지다. 1980년대 후반부터 추진된 폐기물 소각 및 열 회수 사업은 다이옥신 등 환경오염물질 배출 최소화 기술과 연계돼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쓰레기의 약 20%가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체 에너지 수급의 11%가 신재생에너지에 의해 보급되는 2030년엔 폐기물에너지 기여율이 7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동안 쓸모가 없다고 매립 또는 소각하던 쓰레기에서 ‘에너지’란 숨은 가치를 찾아내는 에너지화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사업 추진은 환경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독일·일본 등 이른바 환경선진국들은 ‘자원순환형 사회’(Zero-Waste Society)란 기치 아래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매립했던 폐기물까지도 최대한 에너지화하고 있다.
폐기물에너지는 투자사업비의 비중이 다른 신재생에너지보다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이미 개발된 기술을 이용하므로 에너지화 효율성을 높이거나 설비를 개선하는 경우에도 비용이 적게 든다. 따라서 쓰레기로부터 에너지를 뽑아 사용하는 폐기물에너지화 사업의 확대와 지속적인 지원은 필수적이다.
정부도 2009년 7월6일, 환경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폐자원 및 바이오매스 에너지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 대책의 핵심은 그동안 버려졌던 가용 폐자원(연간 1169만t)의 33%에 이르는 386만t을 에너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연성 폐기물 고형연료화(RDF) 제조, 바이오가스 생산, 소각 여열 및 매립가스 회수·이용시설 등 폐자원 에너지화 시설을 연차별로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런 에너지화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기존의 감량, 재활용 및 재사용 등의 물질 재활용 정책 기조를 포기하고 모든 발생 폐기물을 대상으로 에너지화를 추진하는 열적 재활용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그것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생활쓰레기 처리기술 정책을 되짚어보자. 정부는 80년대 후반에 소각기술을 도입해 추진했고 2000년 초반부터는 가스화/용융기술을 추진했으며, 최근엔 고형연료화 정책을 수립했다. 이들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정부는 단일 사업에만 치중하여 특정한 기술을 지원하고 이러한 기술을 지향하는 정책을 보여왔다.
최근 폐기물에너지 기술 분야의 전문가 및 종사자들과 함께 일본 규슈지역의 폐기물에너지화 시설을 방문하여 그곳 운영진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중 태울 수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하는 소각시설, 고형화 연료 제조 및 발전시설, 가스화 및 고온으로 용융하는 시설 등을 견학하면서 견학에 참여한 전문가들에게 어떤 시설이 가장 이상적인지 물었다. 전문가 대부분은 소각시설이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일본의 소각시설 운영자는 현 시설에 만족하지만 국가의 환경시책에 따라 가스화/고온용융시설이 차후에 건립되도록 계획되어 있다고 했다. 경제적인 효율성과 운전 경험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소각이 훨씬 좋은 기술이지만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다른 기술을 지향하는 것이다. 규슈 지역 100여㎞ 지역권에 다양한 폐기물에너지화 기술을 적용한 시설이 존재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폐기물에너지화 정책은 일률적인 정책을 세워 단일 기술로 고정하여 추진하기보다는 지역 여건, 기술의 경험도, 경제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시장과 사회, 환경 측면이 유연성 있게 반영된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요컨대 정부는 단일 기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보다 다양한 기술의 장점이 활용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소각기술과 같은 입증된 기술은 효율성을 높이도록 지원하고, 새로운 기술인 가스화/용융 기술, 고형연료화 기술은 기술개발을 도와서 차후에 활용가치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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