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 김아무개(22)씨는 2007년 한 대부업자에게 300만원을 빌려 등록금을 냈다. 조건은 연리 430%. 빚은 1년 만에 1500만원으로 불어났다. 이를 갚지 못한 김씨는 사채업자에 의해 강남의 한 유흥업소에 넘겨져 강제로 일을 해야 했다. 사업 실패로 직업이 없던 김씨의 아버지는 나중에 이를 알았으나 빚을 대신 갚을 수 없어 절망하고, 딸이 유흥업소에서 일해야 하는 데 충격을 받아 딸을 먼저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었다.
2008년 4월 각 신문에 보도된 안타까운 사연이다. 악덕 사채업자가 부녀를 죽음으로 내몬 비극의 직접 원인이지만, 그 배경에는 웬만한 가계는 감당하기 버거운 대학 등록금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실제 등록금 때문에 대학생이나 학부모가 목숨을 끊거나, 유흥업소 같이 학생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아르바이트 현장을 기웃거리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학에 합격한 새내기들도 고3의 압박을 털고 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보다는, 부모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뉴시스> 2월13일).
현 정부는 등록금을 3% 이상 올린 대학에 예산 배정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하는 등 올해도 등록금 인상을 힘으로 틀어막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잠정 집계한 것을 보면 4년제 사립대학 가운데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곳은 26곳이며 이들의 평균 인상률은 3.5% 정도다. 동결한 대학은 전체 대학의 43.5%인 89곳으로 지난해 동결 대학 115곳보다는 적었다. 인상률도 문제지만 학부모나 학생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미 덩치가 커진 등록금의 절대 액수다. 대학들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해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2~4배나 등록금을 올려, 10여년 만에 등록금이 거의 2배가 됐다.
일부 교수들도 학생의 처지가 안쓰럽다고 한다. 유럽에서 10년 만에 돌아와 강단에 선 최아무개(36)씨는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 액수에 놀랐다”며 “대학이 그에 값하는 무언가를 주고 있는지 정말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계절을 잊고 정진해야 할 학생이 아르바이트에 더 정신을 쏟아야 하는 대학, 동생을 위해 형이 군대로 피신하지 않으면 감당이 되지 않는 가정, 자녀 대학 뒷바라지에 30년 노후생활 자금을 소진하는 사회. 그게 우리의 모습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연재싱크탱크 광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