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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이명박 정권에서 맞는 3·1운동 92주년 / 김삼웅

등록 2011-02-28 18:43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3·1운동 92주년을 맞는다. 3·1운동은 국권을 강탈당한 지 9년 만에 소수의 매국노·친일파를 제외한 온 겨레가 하나되어 독립을 선언한 민족해방운동이었다.

3·1운동은 일제통치를 거부하는 거대한 민족의 항쟁이었지만, 이와 더불어 역사에 몇 가지 큰 족적을 남겼다. 가장 큰 대목은 봉건군주제에서 곧바로 외적의 식민통치를 겪게 된 한민족이 민주공화주의를 표방한 것이다. 3·1운동을 계기로 수립된 상하이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이란 국호를 정하고 민주공화제를 도입함으로써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기초를 만들었다. 미국의 독립 기념일, 프랑스의 대혁명 기념일, 중국의 5·4운동 기념일, 러시아혁명 기념일이 각각 이들 나라의 건국 기념일이 되듯이 3·1운동도 한민족의 자주독립의 기념일이 된다.

3·1운동은 또 종교·지역·계층·신분·이념을 뛰어넘는 일치된 통합운동으로 민족의 하나됨을 보여주었다. 이로 인해 일제의 가혹한 식민통치를 겪으면서도 독립 의지를 잃지 않고 마침내 독립국가를 세우는 원동력이 되었다. 따라서 3·1운동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정신적 사상적 모태가 된다. 헌법 전문에서 3·1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기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권 3년 동안 3·1운동 정신이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되었다. 집권 초기부터 ‘식민지근대화론’을 내세우고 1948년 정부 수립일을 ‘건국절’로 고집하면서 친일파들을 ‘건국 공로자’로 치켜세우는가 하면, 전시작전지휘권의 연장과 한-일 군사동맹의 징후까지 드러내면서 자주독립의 3·1정신을 짓밟고 있다.

그런가 하면 3·1운동의 옥동자인 공화제의 기틀인 권력분립을 무너뜨린다. 거수기와 날치기로 변한 국회, 검찰과 경찰의 사권화, 국가 요직의 특정 지역·학교·교파 인맥 장악, 제4부라는 신문과 공영방송의 어용화도 모자라 족벌신문에 그동안의 협력의 대가와 정권 재창출을 위한 보험용으로 종편을 안겨줬다. 민주적인 시민단체는 고사시키고 어용단체만 지원하며 몸집을 키웠다. 서민의 생계는 파탄에 이르고 청년실업자는 넘치는데 특권층만 살판이 났다. 권력의 분립과 감시 비판 기능을 깨뜨리고 국민통합을 방해한 것이다.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는 헌법 조항(제66조 3항)과는 반대로 대북 적대정책으로 평화구조가 깨지고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조성되었다. 어떤 집권자를 막론하고 ‘평화통일’ 정책은 선택의 과제가 아닌 신성한 의무인 것이다. 이것은 3·1정신이고 헌법 조항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는 민주화의 거센 불길이 치솟고 있다. 자주독립과 민주화는 우리가 원조 격이다. 90여년 전 3·1운동은 세계의 피압박 민족에게 독립운동의 불꽃이 되었고, 4월혁명과 70~80년대 민주화운동은 독재에 신음하는 만방의 민중들에게 교범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명박 정권 3년 동안 국가의 자주독립과 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이 크게 훼손·역행·분열되기에 이르렀다. 자주와 민주의 3·1정신과 헌법 이념이 한꺼번에 퇴색하고 침몰하고 있다.


더욱 통분할 일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와 <친일인명사전>에서 확인하고 친일재산환수위원회에서 재산을 환수하기로 결정한,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고 친일행위를 해온 이해승의 재산에 대해 사법부가 친일파 후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로 인해 환수 대상 재산 64%가 거부소송을 제기하고 친일재산 환수는 껍데기만 남기게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친일잔재의 청산을 위해 국가기관으로 설립되어 활동한 결과가 대법원 판사 1명의 판단으로 어이없게 패소했다. 친일파 후손들은 반민족의 대가로 취득한 막대한 재산을 지키면서 기득세력이 되고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비웃게 되었다.

3·1정신이 실종되고 있다. 그래저래 비통한 심정으로 3·1운동 92주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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