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
이학영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상임대표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 상임대표
지난 2월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여러 시민정치단체들과 연대하여 4·27 재보선 승리를 위한 야권연합을 하겠다는 공동선언을 하였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로서는 당연히 찬성하고 기대하는 바가 컸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부분적으로 선거연합을 했지만 국민들은 그나마도 대대적인 지지를 하였기 때문이다. 아마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지난 지방선거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야권연합을 해준다면 지난 지방선거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 이번 보궐선거의 성공적인 협상과정과 결과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적 무관심과 좌절에 빠졌던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은 21세기 대한민국의 명운을 가르는 중요한 선거이다. 세계화와 시장제일주의라는 무기를 앞세워 영구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외국자본과 국내 소수의 정치·경제적 강자들만의 이익을 위한 체제로 만들려는 이명박식 한나라당식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경제성장의 몫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도시 중산층, 노동자, 농민 등 다수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순환 상생토록 하는 국가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대 결전의 선거이다. 남과 북이 전쟁상태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서 서로 살상하고 파괴하는 한반도를 만들 것인가?
지금 한반도와 대한민국은 100년 전 구한말 제국주의 침탈을 받던 시기보다 더 위험한 형국에 놓여 있다. 지금은 나라의 겉은 멀쩡한데 국민은 죽게 일하고 알갱이는 국내외 대자본에 모두 빼앗기는 실속 없는 노예상태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이제라도 이런 시대의 위기를 통찰하고 나라의 운명을 고민하는 진보개혁적 정치세력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선거시기에 연합하여 승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어느 정당의 후보 한두 명이 당선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시점이 아니다. 민주당, 민노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제각각 의석 한두 자리 더 얻고 못 얻고가 국민들에겐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연합하여 하나의 힘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다. 민주당이 자신들의 텃밭인 순천에서 무공천을 결정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칭찬받아 마땅한 결정이었고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선거협상이 잘되어 국민참여당이 김해에서, 민주노동당이 순천에서, 진보신당이 울산에서, 그리고 다른 기타지역에서 민주당이 고루고루 나누어 선거를 치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러나 설령 협상을 통하여 그런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하여 선거연합 협상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판을 깨버린다거나 인정하지 않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각 정당이 자기 정당에 불리하게 규칙이 정해졌다고 하더라도 한걸음 더 진전된 정치연합을 만들기 위해 수용하는 자세, 그리고 함께 선거를 치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진보개혁진영의 내년 승리를 위해서 더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국민들은 이런 선거연합의 과정을 바라보면서 어느 정당이, 어느 정치지도자가 더 국민을 위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지난 시절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을 수많은 국민들이 머리 숙여 존경하는 것은 그 어떤 역대 정치지도자보다 더 자기를 버리고 희생하고 헌신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우리나라와 국민들이 겪고 있는 위기를 여러 정당과, 정치지도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정치권의 분열 때문에 나라의 운명을 그르치는 잘못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세상은 불타는데 내 정당, 내 정치적인 미래만 바라보는 소탐대실을 한다면 국민들에 앞서 정당과 정치인이 먼저 함께 불길에 휩싸일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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